매일신문

'시험 不正'서 드러난 지도층 타락

'정책평가사' 공인 자격 시험 부정(不正) 실태에 접하면서 한마디로 이 나라의 도덕성이 끝도 없이 추락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는 것 같다. 우선 이 시험을 주관토록 위임받은 정책평가사협회의 회장은 50대 초반의 대학교수 신분이다.

문제는 협회장이 자신의 강의를 수강한 응시생들에게 불법으로 1차 시험 면제 혜택을 줬고, 2차 논술시험도 감독관에게 배포될 제3의 문제지 대신 협회장 자신이 출제한 것으로 바꿔치기했다는 데 있다. 이 과정에서 응시생들에겐 미리 문제와 답안까지 알려줬다고 한다. 참으로 어이가 없고 그 유례가 없는 국가 공인 자격 시험의 부정 실체이다. 더욱 기가 찬 건 이것도 모자라 157명의 응시생 중 60여 명이 커닝을 하다 감독관에 의해 쫓겨났는데 "해도 너무한다"면서 감독관이 하소연했다는 대목이다. 명색이 국가 시험 감독관이 거의 로봇과 다름없었다는 얘기이고, 이렇게 된 데는 협회 측 외압의 결과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짙다. 수능 부정 파동으로 온 나라가 홍역을 치르는 그 시점을 전후해 일어난 일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수강생(응시생)들이 시민 단체 위원장, 3급 공무원, 현역 소령, 경찰 간부(경정), 대학 외래 교수'강사, 세무 법인 대표, 중소기업 대표 등 그야말로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인사라는 데 있다. 엊그제 '투명 사회 협약'이 체결됐지만 우리가 '부패 공화국'이란 오명을 벗을 길이 없겠다는 절망감마저 안기는, 타락한 지도층의 한 단면이다. 이러고도 수능 부정 학생들을 나무랄 자격이 있는가. 정부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 게 아니다. 그 진상을 파악해 일벌백계로 다스리고, 차제에 '비리 사회 지도층'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司正)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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