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아이스크림과 재활용 노트

아이스크림 코너 앞에 우연히 섰다. 포장고객에게 환경 부담금으로 만든 재활용 노트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이 업체는 해마다 노트나 수첩을 만들어 나누어 주는데 이번 노트는 꽤나 커서 '쇼핑백이나 컵을 분리해 만든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와 시민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재활용품으로 만든 구조물을 이용해 쇼윈도 디스플레이를 한 적이 있다.

우선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쉽게 모을 수 있는 깡통과 우유팩을 모아 만들기로 결정했다. 당시만 해도 분리수거가 정착되지 않았고 우유팩을 펴서 분리하는 정도였기 때문에 다른 재료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우유팩 분리수거가 익숙지 않은 탓인지 생각만큼 많이 모아지지가 않았다. 생각하다 못해 길거리로 깡통을 수집하러 다녔다.

멀쩡하게 차려 입고 쓰레기통을 뒤지자 사람들은 무슨 구경이나 난 듯이 웅성웅성하며 쳐다보기도 했고, 유원지에서는 환경미화원 아저씨에게 "어디로 가져 가느냐"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지난 일이지만 새삼 생각나 요즘도 웃곤 한다.

우여곡절 끝에 재활용품으로 만든 구조물이 세워졌고 사람들이 감탄하고 당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었다. 당시로는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것 같았다. 우유팩과 깡통으로 만들어진 구조물을 통해 재활용품의 좋은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심어준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뿌듯한 전율이 느껴진다.

이것이 바로 보여주는 힘, 디스플레이의 기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디스플레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자극시키고 시대의 유행뿐 아니라 사회적 경향이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조그마한 생활의 발견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새로움을 느끼게 하고 기쁨이 되게 한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코디네이터 송은아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