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공권력의 상징이다. 국정원 검찰 국세청과 더불어 4대 권력기관의 하나로 꼽힌다. 정권의 부침에 따라 경찰청장 임명과정에서 나타나기도 하지만 경찰 만큼 지역색이 엷은 조직도 없다.
간부후보와 고시출신, 순경특채, 군특채, 군출신, 경찰대학 등 입문경로가 워낙 다양해 지역연고나 파벌의식이 다른 기관에 비해 약하다. 고시도 행정고시와 사법시험, 외무고시 등으로 다양하고 경찰대 출신이 올해 첫 경무관을 배출했지만 아직도 20년째 경위에 머물러 있는 경우도 있는 등 한마디로 출신연고와는 관계없는 '서바이벌'(survival) 조직이다.
15만 경찰의 수장인 경찰청장은 국민의 정부때는 호남출신이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최기문(崔圻文) 전 청장에 이어 허준영(許准榮) 현 경찰청장으로 대구·경북출신이 이어 받고있다.
강민창(姜玟昌) 이영창(李永昶) 전 치안본부장과 김원환(金元煥) 초대 경찰청장, 이인섭(李寅燮), 김화남(金和男), 김광식(金光植) 전 청장 등 대구·경북지역과 경찰과는 인연이 깊었다.
그래선지 현재의 경무관급이상 경찰수뇌부에는 지역출신들이 적지 않다. 윤시영(尹時榮) 수사국장, 이병진(李炳珍) 보안국장, 김대식(金大植) 경비국장, 김용화(金鎔華) 생활안전국장, 김학배(金學培) 기획수사심의관, 송강호(宋岡鎬) 경찰혁신기획단장, 박수현(朴守鉉) 외사관리관실 주재관요원 등 7명이 본청에 포진하고 있고 강희락(姜熙洛) 대구지방청장, 김석기(金碩基) 경북지방청장, 윤재옥(尹在玉) 대구청차장, 류정선(柳汀善) 경북청 차장 등과 주중국 참사관으로 북경에 가 있는 조용연(趙龍衍) 경무관, 박진현(朴辰鉉) 경무관 등 10명이 넘는다.
경찰청장은 직제상 차관급이지만 장관이상의 막강한 '파워맨'이다. 퇴임후 정치권으로 직행하거나 장관으로 발탁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지난 연말 사퇴한 최 전 청장은 지난 해 4·15총선은 물론 4월 재보선에 출마해 달라는 정치권의 끈질긴 공세를 뿌리치는 등 강단이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몸담았던 조직에 누를 끼칠 수 없다"며 출마권유를 거절하고 대학에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행시(18회)출신으로 95년 경무관으로 승진, 내무부장관 보좌관을 지냈고 DJ정부때인 99년 경북청장에 이어 청와대비서실 치안비서관을 지내는 등 권부와 비교적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경찰청 차장, 경찰대학장을 지내다가 참여정부 초대 경찰청장을 맡았었다.
서울경찰청장에서 경찰청장으로 발탁된 허 청장은 경찰내 거의 유일한 외무고시(14회 80년)출신으로 외무부에서 외교관으로 4년 근무하다가 경찰로 진로를 바꿨다. 경북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그는 합리적인 성품에 머리가 비상하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참여정부 초대 치안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당시 유인태(柳寅泰) 전 정무수석 등 여권실세들과 교분을 넓혔다는 후문이 있다.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제정으로 독도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자 경찰총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 "지구상에 다케시마는 없다"고 밝히는 등 정치감각도 뛰어나다. 경북청 차장과 중앙경찰학교장, 강원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을 거쳤다.
경무관은 경찰의 '별'이다. '경찰의 꽃'이라고 불리우는 총경이 440여명인데 반해 경무관은 40명에 불과하다. 하늘의 별따기보다 '별달기'가 더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또한 제주를 제외한 각 지방청장으로 갈 수 있는 치안감이 20명, 치안정감자리는 서울청장과 경기청장 등 5개, 올라갈수록 문이 좁아진다.
지역출신 가운데 강희락 대구청장과 김석기 경북청장, 윤시영 경찰청 수사국장(이상 치안감) 등이 치안정감 후보로 꼽힌다.
이 보안국장과 김 경비국장, 윤 수사국장은 간부후보 출신이다. 매년 50명씩 선발하는 간부후보생의 경쟁률이 1백대 1 이상이 될 정도로 간부후보 출신들의 자질도 우수하다.
이 보안국장은 간부후보 22회로 최고참급으로 73년 경찰에 입문, 올해로 32년이 됐다. 경찰인맥의 산실인 영천생으로 경북고와 영남대를 졸업했다. 대구·경북지방청장을 두루 거치고 중앙경찰학교장을 지내다 연초 본청으로 돌아왔다.
그는 대구·경북청장시절이 좋았다고 말한다. "고향이라서 부담을 느끼기 보다는 할 일을 다 하면서 고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일처리를 하니까 모든 일이 잘 풀렸다"는 것이다. 엽총강도사건, 세원테크 노조원 사망사건, 대구 연쇄살인사건 등 강력사건들이 잇따라 터졌지만 잘 해결됐다.
경찰청의 최고 실세보직은 수사국장과 정보국장이다. 그 한 축을 윤시영 수사국장이 맡고있다. 윤 국장은 경산출신으로 영신고와 경북대 정외과를 나왔다. 79년 간부후보 28회로 입직한 그는 영등포경찰서장, 서울청 경비1과장 등을 지내다가 경무관으로 승진, 기동단장을 맡는 등 80~90년대 시위문화에 적잖게 고생한 '경비통'이다.
2003년 경찰청 방범국장(현재의 생활안전국장)으로 본청으로 돌아와 경비국장을 겸임하기도 했고 감사관에서 올 초 수사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방범국장시절 일선 경찰조직을 지구대로 출범시키는 산파역할을 했다. 그는 지구대 개편이 도시지역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범죄예방 등으로 비교적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김 경비국장은 칠곡이 고향으로 김천고와 영남대를 졸업했다(간부 24회). 2001년 경찰청 월드컵 기획단장으로 경비업무를 잘 처리했고 지난해 대구지방청장으로 갔다가 경비국장으로 본청으로 복귀했다. 김용화 생활안전국장은 동국대에서 경찰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박사 경무관'이다. '한국의 살인범 프로파일링(profiling,범죄심리학)에 관한 연구'가 논문주제다. 경찰청 형사과장과 서울청 형사과장,수사부장 등의 이력에서 보듯 '형사통'이다. 경찰청 정보통신관리관에서 연초 생활안전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성매매특별단속과 최근의 현안인 '일진회' 등 학교폭력 수사를 총괄하고 있다. '취미가 일'이라고 할 정도로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대구생으로 대륜고 건국대, 동국대 대학원을 나왔다.
김학배 기획수사심의관은 사시 26회출신으로 강희락 대구청장과 사시동기다. 올초 경무관으로 승진하자 고향마을인 의성군 다인에 축하 현수막이 붙었다. 군 법무관으로 근무하는 바람에 강 청장보다 3년늦게 경찰에 입직했다. 90년 대구 달서경찰서 보안과장으로 경찰에 입직, 칠곡경찰서장과 서울 방배경찰서장 등을 지냈다. 경찰청 혁신기획단에서 경찰개혁방안을 연구하는 등 개혁성향이 강하다. 경북고, 경북대를 나왔다.
강 대구청장은(52년생) 서른이 넘은 나이에 사시 26회에 합격, 비교적 늦게 공직에 입문했다. 사대부고와 고려대를 나왔고 고향은 성주다. 경찰청 공보관과 주 워싱턴 주재관, 경찰청 기획정보심의관, 수사국장 등 요직을 거쳤다. 김석기 경북청장은 영남대 행정학과를 나왔다. 경찰청 경무기획국장에서 경북청장으로 고향에 돌아왔다. 서울청 외사과장과 경찰청 도쿄주재관 등을 지내는 등 외사쪽에 밝다는 평판을 듣는다.
윤 대구청차장은 경찰대출신 첫 경무관으로 주목을 받고있다. 81년 개교한 경찰대에 수석 입학, 수석 졸업한데 이어 경찰대 출신 1호 경감, 1호 경정,1호 총경의 기록을 남겨온 경찰대 출신 선두주자다. 지난 99년 경찰의 수사권독립을 주장하는 등 수사권독립 파문때 중심에 서기도 했다. 경남 합천이 고향이지만 대구 능인고를 졸업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됐다가 경무관 승진과 함께 대구청으로 내려왔다.
류 경북청차장은 경북고, 경북대를 나왔다. 지난 2003년 대구청차장을 역임하고 경찰대 교수부장에서 다시 경북청으로 내려옴에 따라 대구청과 경북청에서 모두 차장을 지내게 된 셈이다. 고향은 경산이다.
주중국대사관에 나가있는 조 참사관은 한중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영사업무가 폭주,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문경출신으로 동국대 경찰학과를 졸업하고 간부후보 26회로 입직했다. 경찰청 발전전략팀장과 서울청 교통지도부장을 지냈다.
박수현 경찰청 외사관리관실 주재관요원(경무관)은 76년 의성종고를 졸업하고 경찰에 입문했으나 뒤늦게 84년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했다. 대구중부서장, 서울 성동서장 등을 거쳤고 경찰청 경비1과장에서 올초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박진현 경무관은 경주생으로 대구 경신고를 나왔고 동국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간부후보 28회로 80년 경찰에 입직했고 경찰청 교통안전담당관, 경북청 차장 등을 지냈다. 올초부터 국방대학원에서 교육을 받고있다.
운전면허시험관리단의 홍태옥(洪泰玉) 면허관리과장도 총경급에서는 돋보인다. 지난해 태백경찰서장으로 보임받았다가 올초 자리를 옮긴 홍 과장은 대구출신으로 경상여상을 졸업하고 72년 여경공채로 입경, 방통대 행정학과를 졸업하는 등 남다른 노력끝에 총경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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