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日 총리 盧 대통령 만나고 싶은 이유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어제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 위원들을 만나 "가까운 시일 내에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기 바란다"며 "역사는 일시적으로 상호 충돌과 대립도 생기지만 상호 협의를 통해 극복되는 것"이라고 했다. 독도 영유권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해야 한다는 일본 자민당 내의 주장에 "한국이 응하지 않을 것이며, 결국은 대화가 필요하며 자주 대화해서 어떤 해결책이 나올지 생각해 보겠다"고도 했다.

일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노 대통령의 '국민에게 드리는 글'에서 강성 대일 선언을 의식한 듯 '대화하자'고 포장은 하고 있지만 그 속내는 온갖 야욕으로 꽉 차 있다. 독도만 해도 당연히 야욕을 포기하는 길 외에 다른 '어떤 해결책'도 있을 수 없음을 뻔히 알면서도 빨리 만나 대화하자는 일 총리에 대해 '외교 전쟁'까지 거론해 가며 흥분했던 정부가 과연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외교부는 독도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과거사와 관련해 보다 분명한 입장을 전달하는 등 '액션 플랜'을 마련키로 했고 국방부는 필요시 한'일 군사 교류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왜곡 교과서 문제는 내달 5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 결과 발표 이전에 우리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최대한 압박한다지만 오히려 더 왜곡될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판에 외교 정책이 외교부를 배제한 채 비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하니 국민들만 불안하고 답답하다.

반기문 외교장관도 올 상반기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은 예정대로 추진하는 등 외교 채널을 모두 열어 놓겠다고 했다. 엊그제만 해도 '외교 전쟁' 운운하더니 오늘은 또 언제 바람 불었나 식의 정책으로 일 총리의 '빨리 만나자'는 제의에 과연 우리가 제대로 운신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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