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개도(開道) 100주년을 맞아 제34회 도민체육대회를 기념하며 독도를 사랑하는 300만 경북인의 숨결을 여기에 모았으니 독도여 영원하라! 경북이여 웅비하라!'(독도 봉화안치대 비문)
1996년 5월 6일. 작지만 의미 있는 행사가 '국토의 막내' 독도에서 열렸다.
상주에서 열린 제34회 도민체전을 맞아 사상 처음으로 성화가 독도에 안치돼 동해를 환하게 밝힌 것. 경주 토함산에서 채화된 성화는 도내 23개 시·군을 한 바퀴 돈 뒤 이날 오전 6시 해군 구축함 '충북함'으로 입도한 정윤열 성화봉송단장(당시 경북도 관광과장)이 안치했다.
당시 행사를 취재(본지 96년 5월 6일 보도)했던 본지 이채근 기자는 "독도는 맑은 날이 매우 드물지만 그 날은 아주 화창했다"며 "요즘처럼 인터넷망이 발달되지 않아 기사 송고에 무척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고했다.
독도는 이듬해에도 성화를 맞았다.
제35회 경주 도민체전이었다.
김성택 경북도체육회 훈련과장이 점화를 맡았던 그해에 달라진 점은 배편이 아니라 헬기편으로 봉송됐다는 것. 성화 안치대의 위치도 독도 동도 동쪽에서 서쪽인 현 위치로 옮겨졌다.
하지만 독도 성화봉송 전통은 오래 가지 못했다.
98년 외환위기가 전국을 꽁꽁 얼리면서 경북도체육회가 경비절감을 위해 영천 도민체전 때는 성화 봉송을 하지 않기로 한 것.
김성택(46) 과장은 "교통편과 입도 절차가 불편한 데다 경비가 너무 많이 들어 성화 봉송을 중단하게 돼 무척 안타깝다"며 "봉화 안치대의 위치가 왜 바뀌었는지는 자세히 아는 이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후 한 동안 멀리 망망대해에서 육지를 그리워하던 독도는 지난 2000년 '영원의 불' 채화지로 다시 불꽃을 피웠다.
당시 남태평양 피지섬의 '지구의 불씨', 변산반도의 '20C 마지막 불씨', 포항 호미곶의 '새천년 시작의 불씨'와 한몸이 된 불씨는 호미곶에서 '영원의 불'로 지금도 타오르고 있다.
당시 행사기획을 맡았던 편장섭 포항시 축제담당은 "국내 채화는 다 이뤄졌지만 피지섬 성화가 한국에 1월 5일에야 도착해 합화행사가 6일 이뤄졌다"며 "기상이 좋지 않아 독도 앞 해상에서 불씨를 채화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독도 채화는 지난해에도 있었다.
충북 청주에서 열린 제85회 전국체전 성화가 9월 10일 독도 헬기장에서 칠선녀에 의해 채화됐다.
당시 불씨는 '생명의 불'을 상징하는 삼해(三海)의 독도·백령도·마라도와 '통일의 불'을 나타내는 삼산(三山)인 마니산·한라산·금강산에서 온 불씨와 합화됐다.
독도가 낳은 불은 올해부터 다시 한반도를 훤히 밝힐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는 5월 10일부터 14일까지 안동에서 열리는 제43회 도민체전과 내년 제87회 김천 전국체전 성화를 독도에서 채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
박성환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온 국민의 관심이 독도에 쏠려 있는 만큼 독도 채화행사를 다시 여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낡은 봉화 안치대를 교체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독도에 성화 안치대가 설치돼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않듯 한때 독도에 불을 밝히기 위해 풍력발전기(본지 24일자 1면 보도)가 세워졌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더욱 드물다.
1974년 한국산악회 기증으로 독도 명물로 등장했던 풍차는 그러나 거센 강풍을 견디지 못해 결국 2년 만에 모습을 감췄고 1977년 다시 세워진 풍차도 망가져 지금은 흔적조차 없다.
'지금도 독도에 숨을 쉬고 있는/백의(白依) 소매를 걷어붙인 우리의 마음은/동해의 촛대바위 위에/꺼지지 않을 불을 밝히고/태극의 뜨거운 태양으로/동해에 떠오르리라'-류재우 시인의 '독도의 시(詩)' 중에서. 허영국기자 huhyk@imaeil.com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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