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대치대 교수들, 장애어린이 무료진료 나서

"얼마나 아팠을꼬."

28일 오전 10시 대구 북구 어린이집. 발달장애 어린이들의 치과 진료를 위해 경북대 치과 교수들이 어린이집을 찾았다.

진료가 시작되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아, 해보세요." 그러나 정민(7.가명)이는 입을 다문 채 온 힘을 다해 몸부림을 쳤다. 어린이집 교사들이 정민이의 팔과 다리를 붙잡았지만 몸부림은 계속됐고 고함소리도 더욱 커지기만 했다.

정민이의 이는 이미 썩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치과 치료는 엄두도 못냈다. 이갈이를 하지 못해 새 이가 헌 이를 밀어내고, 삐죽삐죽 솟아 치열이 엉망이 됐다. 그나마도 썩어 악취까지 심하게 풍기고 있었다.

동주(9.가명)도 이가 썩었지만 치과 진료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 두 차례 병원에 가 보았지만 심하게 고함을 지르고, 몸부림치는 바람에 진료를 포기하고 되돌아왔던 것.

어린이집 교사들은 정신지체, 언어장애, 발달장애 등을 겪고 있는 이곳 아이들의 이 상태는 대부분 비슷하다고 했다. 이 닦는 것이 쉽지 않고, 관리마저 이뤄지지 않아 치과 진료가 필요하지만 제때 치료받지 못해 엉망이라는 것.

손인숙 주임 교사는 "아이들이 아파도 아프다는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거나 치료받기를 꺼리기 때문에 치아 상태가 엉망"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제대로 진료받아 아이들이 튼튼한 이를 가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진료진들은 진땀을 뺐다. 충치가 심해 이를 뽑아야 하거나, 치료가 필요한 아이, 이갈이를 해야하는 아이 등 진료를 받은 40여명의 아이들의 상태도 꼼꼼히 챙겼다. 의료진들은 앞으로 계속 어린이 집을 방문, 치료해 주기로 했다. 북구보건소도 아이들의 구강검진, 충치치료 등 구강보건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경북대 치과대 송근배 교수는 "이는 제때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평생 고통을 겪거나 치료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이번 진료를 시작으로 지역 개업의들과 함께 무료 검진 등을 통해 소외계층의 구강 보건 치료 사업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사진 : 28일 오전 경북대 치대 송근배 교수(왼쪽)가 북구 어린이집을 방문해, 발달 및 지체장애아들의 치아를 살펴보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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