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7일 출입기자들과 청와대 뒤 북악산에 올라 한-일 정상회담과 국가균형발전에 대해 언급했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지난 25일 "노 대통령을 가능한 한 빨리 만나고 싶다"고 말한 데 대해 자연스럽게 화답하기 위한 성격의 산행이었다.
노 대통령은 먼저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相生)'을 주제로 얘기를 풀면서 "여기서 서울을 내려다보면 큰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이냐"고 반문하고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이전은 수도권의 문제를 풀기 위한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균형발전이란 비전으로 수도권의 미래를 설계하지 않고, 수도권에만 몰려 있는 규제를 풀겠다고 하면 될지 가장 궁금하다"면서 균형발전은 "미래에 대한 상상력의 문제"라고 했다.
또 청와대 관저 앞에 '천하제일복지(天下第一福地)'란 글이 있는 것을 언급하며 "권력자의 입장에선 천하제일이겠지만 국민 입장에선 궁궐이 암투, 음모가 끊이지 않는 곳일 수도 있다"며 "다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나름의 '풍수론'을 폈다.
노 대통령은 "정치적 대표성이 이렇게 집중되면 안된다"면서 "현재 진행되는 (수도권과 지방의) 갈등이나 발생할 소지가 있는 갈등 요인을 해소할 정치적 제도와 과정에 대해 도대체 연구가 없다"고 언급했다.
대통령 후보시절 국가균형원을 신설해 국회를 양원제로 개편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 학계에서 아무런 응답이 없는 점을 지적한 것.
그러나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한 듯 "공론이 일지 않으니까 대통령이 말해봐야 소용없다.
권력 구조 문제는 얘기하기 어렵다"며 한발 물러섰다.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예정돼 있는 것을 취소할 수는 없다"고 했다.
오는 6월로 예정된 정례 정상회담을 열되 그 이전에 독도와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해주기를 고이즈미 총리에게 주문한 것으로 읽힌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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