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월드컵 축구대회 개최국인 독일의오토 쉴리 내무장관이 '훌리건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쉴리 장관은 29일자 일간 빌트에 실린 인터뷰 기사에서 최근 슬로베니아에서 난동을 부린 독일 훌리건들에 대해 '독일의 수치'라면서 내년 월드컵에선 어떠한 난동도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쉴리 장관은 "훌리건은 극소수이며, 이들이 독일을 대표하지는 않는다"면서 " 우리나라에서 개최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축구축제에선 평화적이면서도 축구를열정적으로 좋아하는 독일 팬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쉴리 장관의 발언은 지난 26일 슬로베니아와의 국가대표팀 친선 경기에 원정을간 독일 훌리건들이 난동을 부린 사건에 월드컵 개최를 준비해온 독일 정부와 축구관계자들이 큰 충격을 받은 가운데 나온 것이다.
당시 독일 훌리건 200여 명이 경기장에서 좌석을 부수고 물건을 던지며 소란을피우고 거리에서도 상점 유리창을 깨거나 자동차를 부쉈다. 슬로베니아 경찰은 현장에서 독일인 50여 명을 체포했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 2명이 부상했다.
독일 훌리건들이 해외에서 큰 말썽을 피운 일은 지난 2000년 유럽컵 챔피언전영국-독일 경기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월드컵을 앞두고 관계 당국자들이 만반의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혀왔으나 여전히 허점이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독일 언론은 지적했다.
게르하르트 마이어-포어펠더 독일축구협회(DFB) 회장은 "너무 슬픈 일이며 부끄럽다"면서 슬로베니아 측에 공식 사과하고 "이번 일은 내년 월드컵 주최국인 독일의이미지를 크게 해칠 수 있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프란츠 베켄바워 독일 월드컵 조직위원장은 "이미 독일 훌리건들의 신상은 다파악돼 있으나 상황 발생 가능성을 간과했으며, 양국 당국간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알프레드 젱글레 보안담당관은 "독일의 극성 훌리건은 200-250명에 불과하다"면서 "문제는 이들의 여행을 제한하는 등 통제하는 일이 법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어렵다는 점"이라고 토로했다.
서유럽 훌리건들은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으며,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훌리건들이 경찰을 쇠파이프로 때려 뇌사에 빠뜨린 일로 직접 연루된 5명이 3년6 개월-1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사건 이후 각국은 훌리건 방지와 처벌 정책을 강화했으며, 영국과 네덜란드 경찰은 주요 대회를 앞두고 난동 전력이 있는 팬들의 여권을 압수하고 비행기나 열차탑승을 막아온 전례가 있다.
독일 정부도 각국 치안전문가들을 초청해 국제적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으며, 외국 당국과 협조해 내년 월드컵 대회 기간에 각국 훌리건들이 독일에 입국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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