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기운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모르겠다.
꽃샘 추위의 매서움이 가시고 봄을 재촉하는 눈비까지 내리고나니 그 느낌이 더욱 와 닿는다.
봄은 공연의 계절. 죽은 듯 보이던 나뭇가지에 뾰족뾰족 새움이 트듯, 움츠려 있던 공연장에도 희망을 담은 생기가 피어오른다.
이달 말 지역 무대에는 뮤지컬 두 편이 올라 봄 관객을 향해 손짓한다.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은 한국 창작 뮤지컬을 대표하는 작품들인지라 더욱 관심이 간다.
28·29일 문경, 31일·1일 성주
◇ 해상왕 장보고=장보고는 최근 TV 드라마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며 더욱 친숙해진 이름이다.
한민족 최초로 당나라, 일본 및 아라비아 반도에 이르는 머나먼 바닷길을 개척하여 청해진을 동북아 교역의 중심지로 삼아 해상무역을 주도한 그의 진취적 기상과 모험을 그린 역사 뮤지컬 '해상왕 장보고'(김지일 작·김진영 연출)가 오는 28, 29일엔 문경시민문화회관, 31일과 내달 1일에는 성주문예회관 대공연장 무대에 오른다.
1995년 태어났으니 벌써 10년째를 맞는 우리 뮤지컬이지만, 그동안 국내 무대보다 해외 무대에서 주로 선을 보였기 때문에 국내팬들에게는 낯설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이유다.
지난 2002년 10월 프랑스 파리 공연을 비롯해 전세계 24개국 관객들로부터 '동양의 신비스러움이 느껴지는 아름답고 훌륭한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은 이 작품이 오리지널팀 그대로 지역 무대를 찾게 됐으니 말이다.
만장 행렬과 상여소리가 따르는 장례식, 한국무용과 우리 전통의상, 통일신라시대의 왕실풍경과 중국, 일본, 아라비아 등 아시아적 역사와 풍습, 외국악기 대신 국악기에 의한 라이브 연주 등 동양적 문화양식을 다채롭게 품고 있어 더욱 친숙하다.
출연진 면모도 상당하다.
주인공 장보고 역은 중견 뮤지컬 스타 박철호·손광업이, 버들아기는 뮤지컬 '블루사이공'과 '마리아 마리아' 등으로 제10회 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강효성이 맡아 호소력 있는 목소리를 들려준다.
전석 초대, 오후 4시·7시. 문의 02)762-6194.
내달 1~5일 오페라하우스
◇ 명성황후=뮤지컬 '명성황후'(이문열 작·윤호진 연출)는 설명이 필요없는 '국민' 뮤지컬. 지난 1995년 명성황후 시해 100주년 기념으로 제작,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장악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창작 뮤지컬의 자존심을 지켜온 작품이기 때문.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의 열기도 뜨겁다.
동양 뮤지컬로는 최초로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에 진출한 것은 물론 지난해에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공연함으로써 세계 뮤지컬 3대 시장을 석권한 것.
내달 1일부터 5일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펼쳐질 이번 공연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10주년 기념공연인 데다 최근 일본의 독도망언으로 인해 한일 관계가 미묘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공연에는 일본 상인들과 게이샤들의 부도덕한 경제동물적 모습을 부각시킨 장면을 삽입했다.
또 일본이 명성황후 시해를 준비하는 장면을 따로 설정해 보여주는 대신, 명성황후의 총명함과 진취성을 증명하는 장면을 무대 앞에 내세우고 그 뒤에서 만행을 준비하는 일본의 모습을 배경으로 처리해 대비시킴으로써 도덕적 파탄을 비웃는다.
명성황후를 지키는 홍계훈 장군의 무과시험 장면과 명성황후의 수태굿 장면을 추가해 한국의 무술, 무속신앙의 역동성과 아름다움을 덧입힘으로써 '한국적 볼거리'가 풍성해진 것도 대구 공연의 특색이다.
8년째 명성황후 역을 맡은 메조소프라노 이태원(더블캐스팅 이상은)의 중후한 목소리와 고종 역인 윤영석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뮤지컬의 맛을 더한다.
1일과 4일 오후 7시30분, 2일 오후 3시·7시30분, 3일 오후 2시·6시, 5일 오후 3시. 문의 053)256-2228.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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