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시니어포럼 고수환 위원장

"오래 살려는 욕심보다 열심히 사니 마음편해"

"남은 생을 열심히 산다면 죽음이 두렵지 않을 겁니다.

"

대구경북시니어포럼 고수환(67·사진) 위원장은 죽음에 대해 말을 꺼내기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조금씩 말문을 열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죽는다는 것을 생각하기 싫어하죠. 나이가 들면 죽어야지 하면서도 앞으로 120∼150살까지 산다는데 오래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것 같아요. 하지만 건강을 잃거나 가난, 가족으로부터 소외 등의 문제를 겪게 되면 살고 싶은 생각이 사라질 겁니다.

"

그는 최근 빈발하는 노인 자살도 노인들이 병들고 가난하거나 학대받는 경우 많으니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열심히 살았으면 죽음이 그리 두렵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종교인들은 대부분 죽음을 앞두고 초연해지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살고 싶은 생각에 죽음을 말하기 힘들겠죠. 사회에 봉사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죽음이 두렵지 않고 웃으며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겁니다.

"

그가 죽음을 편안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은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긴 뒤부터다.

10여년 전 병에 걸려 강의를 나가던 대학도 휴직하고 치료를 받았다.

"당시엔 죽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고 65살까지만 살자는 생각을 했죠. 다행히 상태가 호전됐을 때 어느 스님이 '사회에서 할 일이 남았으니 다시 사신 것 아니겠느냐'고 했습니다.

이후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의 하루는 매우 바쁘다.

노인대학 특강 등 가르치는 것만 3∼4개, 시와 문화유산공부 등 배우는 것도 그 정도. 가족들과 보내는 일요일 외에는 항상 바쁘게 산다.

"병을 앓기 전에는 내 가족의 안위에 대한 생각이 많았고 죽음이 두려웠지만 지금은 그리 두렵지 않아요."

그는 '불광(不狂)이면 불급(不及)'(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이라는 글귀를 운동삼아 다니는 탁구장 벽에 붙여놓았다.

"얼마 전 있었던 어르신 발언대에서 한 노인분이 이렇게 말씀하더군요. '지금은 신용카드 시대입니다.

막상 저승에 가면 이 사회를 위해 무엇을 했나, 얼마나 덕망을 쌓았나가 저승의 신용카드가 될 겁니다.

' 그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