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KTX 1년…유출보다 대구行 늘어

지난해 4월 1일 역사적인 첫 발걸음을 내디뎠던 고속철(KTX)이 첫돌을 맞았다. 1년간 고속철 이용객 수는 2천700만 명. 우리나라 국민 1.75명 중 한 명이 탔고, 달린 거리는 1천923만㎞로 지구 481바퀴를 돈 셈이다.

고속철은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만들어 생활 패턴 변화를 주도했다. 고속철 개통 1년을 짚어보고 나갈 방향을 살펴본다.

▧고속철, 1년 성적표

지난 1년간 고속철의 하루평균 이용승객은 7만4천 명(경부선 6만2천 명, 호남선 1만2천 명), 영업수입은 21억 원. 애초 예상 이용객 15만5천 명(46억 원)에는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올 들어 하루평균 1만 명이 늘어나는 등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년간 2천693만여 명이 이용, 7천874억9천500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 반면 새마을, 무궁화 등 일반열차의 경우 지난 1년간 4천226만5천 명이 이용, 개통 전 같은 기간의 5천140여만 명보다 900만 명 정도 줄었고, 수입은 2천270억 원 감소했다.

손영수 동대구지역관리역장은 "대구-서울 간은 전 구간이 고속선이어서 전국에서 대구가 가장 수혜지역"이라며 "2009년을 흑자 전환의 원년으로 삼아 2010년까지 재정자립 기반을 구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동대구역 고속철 이용 승객은 하루평균 1만2천여 명.

그러나 고속철의 등장이 반갑지 않은 곳도 있다. 이 중 항공과 고속버스는 고속철 개통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업종이다. 한국공항공사 대구지사에 따르면 대구-김포 간 국내선 이용객이 지난해 4월 고속철 개통 이후 12월까지 24만5천161명으로 개통 전 같은 기간 106만2천760명에 비해 81만7천여 명, 76.9%나 급감했다. 이 때문에 대구~김포 노선도 하루 17편에서 4편으로 크게 줄었다. 고속버스도 큰 타격을 입었다. 금호고속의 경우 대구-서울 간 이용객이 하루평균 20% 정도 감소했으며 한진고속도 60% 정도 감소했다는 것.

▧주말부부, 출장? 좋아요!

고속철 개통으로 주말부부, 출장 등 생활 패턴에 변화를 가져왔다. 고속철이 가져다준 최고의 선물 중 하나는 바로 '시간 및 비용 절약'. 주말 부부의 오붓한 시간이 길어졌고, 출장도 웬만하면 하루 만에 가능하게 됐다.

대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주말부부인 손창희(33·남구 대명동)씨는 고속철 개통 이후로 금요일 저녁 대구에 내려왔다 월요일 아침에 대전으로 올라가는 등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이 늘었다. 고속철이 개통되기 전엔 아무리 일러도 금요일 밤 늦은 시간에야 내려왔고 일요일 오후면 다시 대전으로 올라가야 했다. 이제는 대구~대전이 50분으로 짧아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직장인 최상점(47·KT)씨도 고속철 덕에 출장 부담을 줄였다고 했다. 고속철 개통 이전엔 교육이나 출장 시 서울서 하룻밤을 묵어야 했지만 이젠 웬만하면 하루 만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는 것. 최씨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출장을 가는데 회사 할인승차권을 발급받으면 주중 40%를 할인받을 수 있어 이전의 새마을호 이용이나 비용은 비슷하게 들지만 시간은 훨씬 절약됐다"고 했다.

▧고속철 개통에 따른 우려, 이상무!

고속철 개통에 따른 우려 중 가장 컸던 것 중 하나가 지역 쇼핑객 및 공연·전시회 문화 관람객, 병원 환자 등의 역유출. 그러나 개통 1주년을 맞은 지역의 반응은 오히려 긍정적이다. 백화점 등 지역 유통업계는 쇼핑객의 이탈은 거의 없고 오히려 개통 이전에 비해 매출이 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구백화점 최영대 팀장은 "지역 유통업계의 경우 명품을 비롯한 매장이 수도권 백화점과 거의 차이가 없어 쇼핑을 위해 일부러 번거롭게 고속철을 타고 서울로 가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며 "경기 탓이라면 몰라도 고속철 개통에 따른 손실은 없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했다.

수도권의 오페라, 뮤지컬, 연극, 전시회 등 다양하고 풍부한 전시·공연으로 역유출이 우려됐던 문화 관련 분야도 현재까진 오히려 고속철의 덕을 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뮤지컬 맘마미아 기획사인 (주)성우 배성혁 대표는 "최고 수준의 대구 오페라하우스 개장에다 고속철까지 개통되면서 서울 등 수도권, 부산·경남 지역에서 대구로 공연을 보러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최근 공연을 마친 맘마미아의 경우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10%, 부산, 경남에서 8~9% 정도가 대구 공연을 찾아온 것으로 나타나 유출보다 유입이 많았다"고 전했다.

갤러리 신라 이광호 대표도 "고속철 개통 후 작가 간 교류는 물론 전시회 관람객 유치에도 도움이 많이 돼 미술계에선 반기고 있다"며 "작가나 작품, 전시장 등 대구지역이 전국에서 최고 수준이어서 좋은 전시나 작가는 물론 외국작가 유치도 쉬워지는 등 대구 미술계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졌다"고 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대구시내 호텔을 이용한 외국인 관광객은 11만3천142명으로 전년에 비해 34.2% 증가해 철도공사는 고속철의 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고속철 완전 개통 및 역세권 개발, 어떻게 되나?

대구시는 지난해 11월 10여 년간의 진통 끝에 고속철의 도심 구간(11.5㎞) 통과방식을 지상화로 확정했다. 이에 정부로부터 1조3천억 원의 재원을 받아 내년부터 오는 2010년까지 철로변 주변 및 도심 낙후지역, 동대구역세권 등 대대적인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또 동대구역세권 54만 평을 개발해 교통, 관광, 비즈니스, 문화 등 복합기능을 갖춘 신도심으로 조성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각종 민원 및 예산, 경제적인 효율성 등을 이유로 고속선로 추가 문제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칫 시 계획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대구시 정책담당관실 안용모 계장은 "동대구역세권 개발사업은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이 나오면 올 하반기 주변지역에 대한 개발 기본 구상 마련 등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하세요!

그렇지만 고속철은 아직도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역방향 및 좁은 좌석은 물론 터널 통과시 소음, 진동 등에 대한 이용객들의 불만이 숙지지 않고 있고 잦은 고장과 연착도 해결해야 할 문제점.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개통 이후 지난 1월까지 차량 고장 및 신호 및 송전 장애, 선로 고장 등 총 130건의 기술적 장애가 발생했다.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도 고속철 개통 전 시험운행시 터널구간에서 차량 내 소음이 기준치를 초과했는데도 대책 없이 개통했고, 실제 일부 터널 내 소음이 최대 80㏈까지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차량 및 신호설비 고장, 바퀴 이상 마모현상 등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하자 보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고장으로 인한 잦은 지연, 떨림, 소음 등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0년 준공예정인 경부고속철 2단계 구간은 전체 노선의 58%에 달하는 터널이 심한 소음을 유발하는 콘크리트 슬래브 궤도구조로 지어질 예정이어서 소음 방지 대책이 더욱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4월 개통 후 지난 1월까지 고장이나 선로 장애 등으로 인한 연착 운행이 월평균 195차례인 1천947회에 이르고, 이 기간 중 '연착 보상금'을 받은 승객이 5만500명, 지급된 보상금도 5억4천9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철도공사는 최근 들어 고장 횟수가 현저히 줄고 있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고속철의 경우 다른 나라와 달리 저주파 소음이 주된 원인으로 나타나 2단계 사업에선 저주파 영역의 진동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객차 간 연결 부위의 고무판 길이를 넓혀 터널 내 소음을 줄이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소음, 진동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고, 역방향 좌석은 연구용역 결과와 고객 설문, 의학적 분석 등을 통해 최종 결론을 낼 것"이라며 "좌석 간격 문제는 고속철이 930㎜로 TGV 900㎜, 신칸센 1천40㎜와 비슷하지만 1천150㎜인 새마을의 넓은 공간에 익숙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으로 보여 개선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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