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차로 정체…"차량 꼬리를 끊자!"

퇴근시간 무렵 반월당네거리를 동서로 통과하는 회사원 정모(39·수성구 범어동)씨는 자주 짜증이 난다. 녹색신호가 들어왔지만 네거리를 가로막아선 차량들 때문에 교차로에 진입도 못할 때가 많기 때문. 중앙로 남북간 도로가 막히다보니 남쪽(명덕네거리)에서 중앙로로 진입하려는 차량들의 꼬리가 항상 늘어지고 있다.

정씨는 "사실 도로구조나 신호체계를 탓하지만 결국 자기 욕심을 차리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냐"며 "출퇴근 시간에 교통경찰관을 배치해 교차로에서 무리하게 진입하는 차량을 단속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교차로 엉킴현상으로 네거리 교통 소통이 힘들어지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교통신호가 바뀌어도 밀려드는 차량 때문에 교행차선의 교통흐름까지 막아버리기 일쑤다.

택시기사 조모(66)씨는 "교차로 신호체계의 경우 연동이 안되는 곳이 많아 시간과 기름을 눈뜨고 버리는 꼴이 될 때가 많다"면서 "신호는 자주 끊기는데 운전자들은 앞차의 꼬리를 물고 어떻게든 교차로를 지나가려 하다보면 정체를 빚게 된다"며 불만스러워했다.

신호연동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지만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도로교통안전공단 안전조사과 김상곤씨는 "평행하게 놓인 도로 몇 곳의 신호를 연동시킬 수는 있지만 동시에 그 가로지르는 차로까지 연동 효과를 볼 수 있게 만들기는 어렵다"며 "대구시 전체가 둥근 구조이므로 교차로가 많아 교통신호 운영자들도 연동을 맞추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교통안전공단이 조사한 전국 시 단위의 교통문화지수에서 대구시는 2003년 운전행태(신호위반, 교차로 통행방법 위반 등)영역에서 66위를 차지했으나 지난해에는 12위를 차지했다. 경찰청은 1990년대 이후 차량대수가 급격히 증가했지만 전반적 교통문화 수준은 외적 규모확대에 못 미쳐 교차로 꼬리물기 등의 현상이 계속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경찰청 교통안전계 윤태식(50) 경사는 "교차로 꼬리물기는 신호등 연동제의 문제라기보다는 운전자의 교통법규 준수의식 문제이며 운전자들이 서로를 배려하는 습관을 가지면 교차로 엉킴현상은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사진: 상습 정체를 빚는 중구 동산네거리. 28일 오후 퇴근길 차량이 몰리면서 붉은색 신호에도 뒤따라오던 차량이 통과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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