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경찰이지, 집에 오면 그저 평범한 소시민이랍니다."
손정구(37'대구 북부경찰서), 김희경(33'대구 동부경찰서)씨는 경찰 부부다. 하지만 경찰서에서 이들을 만나기 전에는 집에서도 경찰서 주변에서도 제복을 입지 않은 이들이 경찰이라는 사실을 좀체 알기 어렵다.
"부스스한 머리에 체육복 차림인, 동네에서는 똑같은 아줌마, 아저씨일 뿐이에요." 김씨의 말에 손씨가 상세히 설명을 붙였다."민원인을 상대해야 하는데 딱딱한 이미지를 주면 안되지요. 그래서 제복 대신 깔끔한 정장의 사복 차림을 하는 겁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유행하는 스트라이프 넥타이에 와이셔츠까지 손씨의 차림새는 세련돼 보였다. "특별히 오늘 더 신경을 썼습니다. 허허허…."
함께 웃으며 즐거워하는 이들 부부는 닮은 점이 많아 보였다. 우선 하는 일이 꼭 닮았다. 수사과 지능범죄수사팀에서 사기 횡령 배임 수사를 전문으로 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아내의 계급이 높다. 92년부터 경찰 생활을 시작한 아내 김씨는 경사. 그러나 남편 손씨는 한 계급 낮은 경장이다. 하지만 당당해 보이는 폼이 이유가 있어 보였다.
"지난 1월 승진 시험에 합격해 곧 경사로 진급할 예정입니다. 공부하는 게 머리 아파 안 하려고 했는데, 이거 계급이 낮으니 집안 일을 도맡아 하는 아내보다 월급도 적고 안 되겠다 싶어서요."
21살이었던 대구전문대 1학년 시절 우연히 본 순경 시험에 운 좋게 합격했다는 아내 김씨. "전국 합격자 중에서 나이가 가장 어렸다"라고 말하는 그녀는 두 명의 남자를 경찰로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오빠 김상전(37)씨는 93년 인천 부평에서 경찰학교를 졸업하는 동생의 모습이 좋아 보였던지 다음해 경찰간부 후보생 시험에 합격해 지금 포항 남부경찰서 연일지구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올해 오빠와 남편이 함께 승진시험에 합격해 경사가 겹쳤다는 김씨는 남편도 경찰이 되게 만든 장본인.
"남편을 처음 만난 게 영남대 법대에서였어요. 경찰 생활을 하면서 법대 야간과정을 다녔는데 그때 대학원 석사과정이었던 남편은 야간 학사과정 조교였어요."
학생들의 학사일정을 관리하고 시험 감독을 하는 남편이 너무 잘난 척 하는 것 같아 미워보였다는 김씨. 아내의 말에 "허허허" 웃으며 "직장인인데도 성실하게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에 관심이 갔다"는 손씨는 대구지방경찰청 민원실에 근무하며 채용 담당 업무를 보고 있었던 김씨의 권유로 98년 순경 시험에 합격했고 다음해 법대생 졸업자를 대상으로 조사계에서 근무하는 경장 시험도 치게 됐다고 한다. 두 사람은 2000년 2월 학교 졸업식을 마치자마자 바로 결혼식을 올렸다.
"수사 일이 적성에 딱 맞는 것 같습니다. 맡은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체적으로 해결하면서 성취감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수사 일을 하다보니 학교에서 배운 법, 판례 공부가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낀다는 손씨는 지난해부터 수사 일을 보기 시작한 아내보다는 경험이 많은 셈이다.
"처음에는 집에서 밥 먹을 때도, 심지어 잠자기 전에도 사건 얘기를 묻는 겁니다. '이러면 안 되겠나' 한 마디씩 조언해 준 게 실제로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 모양이에요. 3, 4개월 지나고 나니 이제는 혼자서 잘 해결하더군요."
남편의 말에 "직장에서 자꾸 묻기는 창피하지만 남편에게 묻는 건 편하지 않느냐"고 답하는 김씨. 부부가 같은 일을 하니 대화거리도 많고 이해의 폭이 넓어 좋은 것 같다고 말한다.
같이 취미생활을 하는 게 있느냐는 물음에 "아시잖아요. 생활이 거의 전쟁인 걸요" 하며 웃음짓는 두 사람. 아직 어린 네 살배기 딸 효주를 김씨의 큰 언니에게 맡기고 출퇴근하는 평일엔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다. 주말에는 가족이 함께 시장에 장 보러 가고 아내 김씨는 몰아두었던 빨래를, 남편 손씨는 청소를 하는 게 일이다.
"남편이 빨래를 얼마나 잘 개는데요. 저는 수건도 대충 개지만 남편은 예쁘게 개서 차곡차곡 정리정돈도 잘 해요."
마음은 많이 도와주고 싶지만 몸이 안 따라간다며 그래도 옆에서 있어주는 게 힘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손씨. 올해 둘째 계획도 세우고 있다는 이들 부부는 서로를 위하며 지지해 주는 천생연분 경찰 부부였다.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사진: 대구 동부경찰서에서 잠깐 만나 커피를 마시고 있는 손정구, 김희경씨 부부. 수사 일을 전문으로 하는 경찰 부부다.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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