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대마도의 날'

마산시의회가 지난 18일 제정한 '대마도의 날 조례' 전문이다.

짤막하지만 그 의미는 크다. 한국의 중앙정부가 포기하거나 무관심한 대마도에 대한 영유권 문제를 지방의회가 최초로 공식화한 역사적 자료다. 마산시의회의 '대마도의 날' 제정이 비록 일본 시마네(島根)현 의회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에 맞대응하려는 의도가 개재돼 있음을 전혀 부정할 수는 없지만, 대마도 문제는 독도 문제와 상관없이 존재하고 접근해야 할 별개 사안이다. 한국이 대마도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지극히 어렵다. 대마도에 일본 국적의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고, 한국은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영토주권을 제기한 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나 역사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간신히 지핀 대마도 영유권에 대한 불씨를 어떻게 살려 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자포자기해서 안되고 흥분해서 당장의 분쟁거리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 잿더미 속에 파묻혀 보이지 않더라도 차분하게 불씨를 살려나가면 되는 일이다. 일본에게서 배워야할 부분이 이것이다.

일본은 독도 영유권을 조용하지만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매년 한국 정부에 항의 서한을 보내면서 자료를 축적했다. 그리고 간헐적이지만 정기적이다시피 정치요인들이 앞장서서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소리쳐 왔다. 우리가 그들의 발언을 파렴치한 망언으로 규탄하는 동안 국제 사회는 그 발언 또한 축적해 간다. 그들은 의도된 망언으로 세계인에게 독도 대신 다케시마를 기억케 하고, 잠자고 있는 일본 국민들의 침략근성을 되살려 내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고구려를 중원의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이른바 동북공정도 영토 분쟁에 대비한 선제 공세에 다름 아니다. 통일 한국의 만주 일대 영유권 주장 소지를 원천 차단하는 한편 여차하면 한강 유역까지 중국의 영토라고 주장할 근거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피하고 싶지만 독도 분쟁은 현재화됐다. 수세적이면서, 대마도를 일본 땅으로 인정한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한심한 유행가나 흥얼거려 해결될 일이 아니다. 단지나 분신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말로서 해결될 일도 아니다.

'다케시마의 날' 제정 등과 관련해서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에서 "이제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사태에 이르고 말았다" "이번에 반드시 뿌리를 뽑도록 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돌아서자마자 '외교전쟁'론은 언론이 앞서나간 것이고, 대일 교류는 더욱 활발하게 추진하고 정상회담은 예정대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의 촉각을 곤두서게 만든 말의 성찬은 '할 말은 하겠다'는 굳이 안 해도 되는 말만 남은 형국이다. 대신, 일본으로부터 돌아온 것은 '학습지도 요령'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명기해야 한다는 문부과학상의 공언과, 노 대통령의 글이 "대단히 유감"이라는 외상의 직설적인 공박과, 눈에 보이지 않는 증폭된 적대감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당국자가 마산시의회의 '대마도의 날' 제정을 즉각적으로 철회하라고 요구한 것은 그야말로 '혼 빠진 외교'의 표본이다. 외교적 제스처로 용인할지라도 "독도를 수호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불필요한 논란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라는 발표는 '시대착오적'이다. 독도와 대마도는 별개이고 적당한 논란은 필요하다. 당국자의 발표에 최소한 "지금은 대마도의 날을 제정할 시기가 아니다"라는 정도의 부언은 있어야 했다.

영토 분쟁은 결국 국력이 판가름한다. 경제력과 국민의 단결력, 군사적 동맹 관계가 중요하다. 그리고 이런 요소들을 아우르는 지도자의 영도력은 더욱 중요하다. 우리의 실상은 어떤가. 허장성세를 버리고 냉철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그런 연후에 통일 이후를 내다본 장기적인 영토 수호 전략과 전술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그 일단에 대마도 영유권 문제가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金才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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