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검의 대구하계U대회 옥외광고물업체 선정 비리 수사가 15명의 공직자 및 광고업자들을 사법처리하고 막을 내렸지만 막판에 지나친 정치적 고려를 함으로써 검찰 스스로 독립성을 훼손한 것은 물론 다른 국제대회로 수사를 확대하지 못해 수사가 미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검찰수사는 지도층 인사들의 사리사욕 챙기기, 검은 로비로 인한 외지업체 배 불리기, 전문성 없는 기구가 주는 위험성 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검찰 수사를 통해 U대회는 만신창이로 얼룩졌다.
■외지업체 배 불리기
대구U대회는 지역경제 회생과 대구 업그레이드를 위해 유치됐다. 하지만 대회조직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인 옥외광고물 사업권을 서울업체가 독식했고 검찰은 조직위에 납부해야 할 기금 대비 수익률이 113%에 이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옥외광고물 수입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고속도로변 지주광고는 (주)전홍, 전기이용광고는 (주)디지털광보컴이 차지했다. 두 분야의 기금 총액은 478억 원이며 영업이익은 최소 500억 원에 달했다. 이들 업체는 1천억 원 가까운 매출을 올린 셈.
조직위에 납부할 돈을 제외하면 전액 서울에서 회전돼 옥외광고물 부분에선 지역 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특히 두 회사는 부산아시안게임 및 월드컵 때 사용한 옥외광고물 시설을 그대로 활용, 신규 시설투자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순수익이 평상시 사업권 인수 때보다 월등히 높았다.
지역 발전을 위해 유치한 대구U대회가 흑자대회를 명분으로 서울업체에 조직위 수입의 가장 큰 부분인 옥외광고물 설치권을 부여함으로써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받는다'는 속담을 입증한 셈이 됐다.
■검은 로비가 대구업체 배제
(주)전홍 대표 박모(58)씨가 조성한 비자금은 55억 원. 이 가운데 일부가 대구U대회 옥외광고물 수주를 위해 뿌려졌다. 서울업체들이 U대회 옥외광고물 사업권을 수의계약으로 차지하기 위해 뿌린 돈은 고위공직자 5명에게만 5억3천만 원. 일부 배달사고와 브로커에게 뿌린 돈까지 감안하면 10억 원에 달한다.
이들은 먼저 옥외광고물 설치 허가권을 갖고 있는 행정자치부 공무원에게 접근해 로비를 벌인 뒤 조직위 관계자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파악된다.해외로 달아난 전 행자부 서기관 이모(53)씨를 통해 집행위원회 인적 구도를 파악한 뒤 몇몇 위원들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광고업체들의 로비를 받은 집행위원이나 조직위 관계자들은 업체 선정 회의 당시 서울업체와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온갖 논리를 동원하고 있음이 회의록(박스 기사 참조)에 잘 드러난다.옥외광고계약 기간 연장이 가장 큰 목적인 'U대회지원법 연장법안'도 광고업체들의 로비와 대구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통과돼 안정적 수익이 2년 더 보장되게 됐다.
■지도층 인사들의 사리사욕
이들은 지역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대회를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지역업체 육성을 위해 발벗고 나서야 할 대구광고물조합 이사장이 지역업체 배제에 앞장섰다. 그는 1억 원을 로비자금으로 받았다가 구속됐다. 검찰 주변에선 그의 구속이 U대회 옥외광고물의 전면 수사를 불러 온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이번 수사의 최대 공로자라는 웃지 못할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한결같이 돈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던 집행위원들도 결국 검찰에 가서는 돈 받은 사실을 시인해 지도층 인사들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정치인들은 법안을 통과시키거나 업체 선정을 해주는 대가로 거액을 아무 거리낌없이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들러리 선 집행위원회
대회조직위원회는 23명으로 구성된 집행위원회에 모든 권한을 부여했다. 하지만 전문성 없이 지명도를 고려해 구성되다 보니 특정 목적을 갖고 접근하는 일부 위원이나 조직위 관계자들의 논리에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조직위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인 옥외광고물 선정의 경우 치열한 로비가 있을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 집행위원들은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업체 선정 회의에 들어갔다. 한 위원은 "당일 안건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회의에 참석했다"고 실토했다.일부 위원들이 준비된 소신 발언을 하고 수의계약으로 분위기를 몰아가도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짜고 친 고스톱
조직위 옥외광고 관련 실무자들은 처음부터 수의계약으로 의견을 맞춰 놓고 있었다. 옥외광고의 경우 시설 설치 결정권을 갖고 있는 행정자치부 의견이 가장 중요한데 이미 로비를 당한 파견관 이모씨가 수의계약을 주장했다.
집행위에 참석한 실무자나 조직위 사무총장은 효율적인 대회 운영과 차질 없는 수익기금 확보를 위해서는 사업경험이 있고 기존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서울업체로 수의계약을 해야 한다는 것을 광고에 관한 지식이 없는 위원들에게 줄기차게 설명하고 있다. 위원들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아무런 근거도 사전에 주지 않고 (수의계약을)강요한 셈이다.
■옥외광고물 활용방안
U대회처럼 옥외광고물 이용이 불가피한 경우 기존업자들의 기득권을 방지하고 공정한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업자들이 보유한 광고물을 국민체육진흥공단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기부채납 형식으로 넘긴 후 입찰에서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가 대여하는 방식을 활용하면 검은 로비를 상당 부분 차단할 수 있다.
■검찰 독립성 훼손과 수사 한계
검찰은 열린우리당 배기선 의원을 불구속 기소함으로써 정치권력에 지나치게 민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비슷한 혐의를 받은 강신성일 전 한나라당의원은 구속했다. 검찰 관계자들조차도 형평에 맞지 않다고 반발하는 대목이다.
검찰은 또 부산아시안게임이나 월드컵 등 최근 국내에서 열린 국제대회 옥외광고물 수주를 전홍이 도맡은 사실을 알면서도 수사를 대구 대회로만 국한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또 광고업체 대표 박씨의 진술에만 의존함으로써 이번에 사법처리된 인사들 외 정치인 및 행정자치부 등 중앙부처 공직자들에 대한 수사로 확대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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