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안녕과 환경보호를 위한 정부의 각종 규제책이 겉돌고 있다. 식당 등의 금연·흡연구역 지정과 금연건물은 외면당하고 있고, 식당, 숙박업소, 목욕탕 등의 일회용품 사용은 당국의 단속 엄포를 비웃고 있다.
◇이름뿐인 금연 마크=31일 낮 12시40분쯤 대구 수성구의 한 음식점. 점심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방안은 담배연기로 자욱했다. 방안 벽면에는 '금연' 스티커가 붙어 있었지만 이를 의식하는 손님은 없었다. 종업원은 "방안에서 담배를 피우더라도 말릴 수 없다"며 "식당 입구에 마련된 흡연 장소를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했다.
오후 3시쯤 대구의 한 관공서. 옆 벽면에 '금연' 스티커가 붙어있는 4층 복도 창가에 두 명의 직원이 서서 열린 창문 틈 사이로 담배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화장실도 마찬가지. 휴지통에 서너개의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었고, 창문 틈 사이에도 몇 개의 꽁초가 널브러져 있었다.
금연구역 확대제도가 시행 1년8개월째 접어 들었지만 공공건물, 식당 등 공공시설물의 금연구역내 흡연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때 자율적으로 금연운동에 동참했던 민간기업들도 건물 내 금연 분위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회사원 신모(31)씨는 "금연건물로 지정됐을 때만 해도 억지로라도 지켰는데 요즘은 화장실에서 몰래 피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터미널 등 공공구역에서도 시민들이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위반한 업주에게는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지자체의 단속은 전무한 실정이다. 다만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다 경찰에 적발된 사례가 2003년(7월 이후) 888건, 2004년 4천768건, 올 들어 2월까지 234건 정도될 뿐이다.
구청 관계자는 "업주와의 마찰과 단속 인원 부족 등으로 위반 업소의 적발은 쉽지 않다"며 "범칙금을 물리는 단속위주의 정책보다는 흡연이 건강에 좋지 않은 점들을 계도하는데 치중하고 있다"고 했다.
◇넘쳐나는 일회용품=지난 30일 오후 대구 북구의 한 횟집. 회를 한 접시 시키자 종업원이 비치된 쇠젓가락 대신 나무 젓가락을 나눠줬다. 종업원은 "미끄러지지 않는 나무 젓가락이 좋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같은 날 중구의 한 음식점. 손님들이 식사를 마치자 종업원이 종이컵에 커피, 녹차 등의 차를 나눠주고 있었다. 식탁에는 나무 이쑤시개가 놓여 있었다.
31일 대구 동구의 한 슈퍼마켓. 주부 전모(35)씨가 물건을 집어 계산을 하자 주인이 비닐봉투에 물건을 담아 건넸다. 환경부는 지난 93년 일회용품 규제 정책을 도입, 매년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식품접객업소 등에서의 일회용품 사용 및 일부 유통업체의 무상 비닐봉투 사용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 실시한 일회용품 불법사용 신고 시 3만~30만 원씩 주는 포상금제는 일부 얌체 '봉파라치'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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