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의 보수를 논한다

박효종 외 지음/바오출판 펴냄

한국의 보수세력은 국민의 불신과 비판이라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국의 보수세력은 어떻게 위기를 맞게 되었을까. '보수주의자의 보수 비판'이란 부제를 단 '한국의 보수를 논한다'에서 필자들은 보수의 위기가 진보의 공격이나 외부에서 온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즉 보수의 위기는 자기 비판과 성찰을 게을리 한 결과이며, 본질적으로는 보수의 가치를 훼손했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들은 한국의 보수가 변하지 않으면 더이상 회생의 길이 없으며, 지금처럼 현실에 안주해 기득권에 집착한다면 그것은 보수세력만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 전체의 비극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 책은 한국의 보수가 바뀌어야 하고 합리적이고 건전한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필자들이 각자가 서 있는 위치에서 한국 보수세력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진단하면서 한국 보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그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보수이론가인 박효종 교수(서울대 국민윤리학과)가 보수세력 전반의 잘못된 행태를 짚고 있으며,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은 자신이 최고위원으로 있는 보수정당을, 이한우 기자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선일보를, 그리고 서울대를 갓 졸업한 정성환씨는 젊은 세대의 시각에서 한국 보수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이제까지 내부비판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보수세력 내에서 이처럼 건전한 자기비판의 목소리가 모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책이 가진 의미는 독자들에게 충분히 전달될 전망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보수주의자의 보수비판'이라는 주제로 만들어진 최초의 단행본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썼지만 전혀 학술적이거나 현학적이지 않다. 이는 필자들이 일반 대중들을 주된 독자로 생각하고 대중적인 글쓰기를 했기 때문이다. 또 당장 위기를 맞고 있는 보수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현실적인 시각에서 언급하고 있다. 다시 말해 독자로 하여금 특히 보수를 자처하는 독자들에게는 이제까지 보수에게 어떤 공과 과가 있으며, 앞으로 보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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