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맛을 내려면 일단 정성이 담겨야 합니다. 요즘은 음식을 손쉽게 준비하려는 주부들도 있다지만 음식에 정성을 기울이면 결국 가족의 건강은 지켜집니다."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세계요리올림픽대회(92년 독일)에서 금메달을 따낸 구본길(具本吉'48) 더 그린월드 연구소장은 좋은 요리사의 최고 덕목으로 부지런함을 꼽는다. 좋은 재료 못지않게 요리사의 부지런함이 좋은 음식을 만든다고 본다.
맛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였던 시절도 지났다고 한다. 얼마 전만 해도 맛이 음식 선택시 최우선 조건이었지만 이제는 청결과 위생, 나아가 시각적인 멋이 있어야 사람들이 찾는단다.
청도 모계중학교를 나온 후 원양어선과 외항선을 타고 세계 각지를 다닌 경험이 그를 요리사로 이끌었다. 우리보다 잘사는 외국 사람들이 잘 먹고 즐기는데 열중하는 것을 보고 내린 결론이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이런 추세로 가겠다'였고 그래서 선택한 게 요리였다.
"중학교를 졸업한 후 외항선을 탄 게 제 인생에서 오히려 행운이었습니다. 제 주변의 악조건이 지금의 나로 성장시켰습니다. 열악한 환경이 나를 변화하게 했고 성장토록 했습니다." 대생기업(63빌딩) 최말단 조리사로 입사한 후 고졸검정고시를 거쳐 오산전문학교 조리과를 나왔다. 입사 16년 만에 조리부문 최고자리에 오른 후 직장을 그만뒀다. 지금 근무하는 축산물유통 가공업체에서는 가공관리를 맡고 있다. 아이들이 "아빠는 뭘 만들어도 다 맛이 있는데 왜 음식점을 하지 않느냐"고도 하지만 쉰 살이 넘은 후 독립할까 생각 중이다.
조리사 시절의 경험담이라며 "소득수준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오히려 음식탐을 더 내더라"고 소개한다. 무슨 음식이 괜찮다고 입소문이 나거나 유행을 타면 다른 음식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한 가지만 집중적으로 먹는 이들이 의외로 적지 않단다. 눈과 혀로 맛을 즐기는 대신 많은 양을 급하게 먹는 우리 식습관의 단면이다.
그 자신은 불란서 요리, 그 중에서도 달팽이 요리를 가장 장기로 꼽지만 우리 음식이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다고 한다. 유럽 등지에 요리 연수차 갔을 때 현지 사람들에게 불고기 등의 한국음식을 맛보이면 그야말로 "환장하더라"고 한다. 손놀림이 섬세하기에 우리 요리 수준은 세계 어디에서도 손색이 없다고 장담한다.
요리 대가로 소문나면서 방송출연도 잦다. 요즘은 전국 각지의 맛집을 찾아다니는 프로에 고정출연한다. 대경대학을 비롯, 몇몇 대학에 강의도 다닌다. 그러나 강의하러 다녀보면 실망할 때가 적잖다. "요리를 배우겠다면 깨끗하고 단정한 용모는 기본입니다. 기술교육 못잖게 기본을 가르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졸업 후 호텔이나 음식점에 취업하면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합니다."
그러면서 요리를 직업으로 선택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충고한다. "현대인들은 깔끔하고 좋은 음식을 먹고 싶어합니다. 그런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면 요리사가 아닙니다."
논설위원 seo123@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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