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제의 소설 '바람의 그림자' 번역 출간

국내 독자들에게는 다소 낯선 스페인 작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41). 2001년 출간과 더불어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지구촌 30여 개국의 독자들을 사로잡은 그의 출세작 '바람의 그림자'(전2권·문학과 지성사)가 번역·출간됐다.

'바람의 그림자'는 출간 후 무려 101주 동안 베스트셀러 상위에 올랐던 화제작으로 아마존닷컴에서는 단시일에 100만 부가 판매되는 등 인기를 누렸다.

명성에 뒤지지 않게 '소설 읽는 재미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라는 느낌을 아낌없이 전한다.

이야기가 시작되자마자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들이는 힘, 계속되는 새인물의 등장과 갈수록 커지는 스케일, 그리고 섬세한 문장과 그 속에 녹아있는 풍속과 문화.

소설의 무대는 스페인 내전 직후인 1945년 바르셀로나. 주인공은 열 살 남짓한 소년 다니엘이다.

그가 고서점을 운영하는 아버지 셈페레의 손에 이끌려 미명에서 깨어나는 도시를 걸어 조그만 헌책방 '잊혀진 책들의 묘지'로 가면서 시작된다.

이곳의 특이한 수칙은 첫 방문때 자신만의 책 한 권을 얻을 수 있는 대신 아무에게도 그 사실을 누설할 수 없다는 점. 다니엘이 우연하게 고른 책은 훌리안 카락스라는 자가 쓴 '바람의 그림자'이다

이 소설에 매료된 다니엘은 훌리안의 다른 작품을 구하려다 그의 모든 작품들을 불살라버리고 그의 흔적을 지워버리려는 검은 사내와 맞닥뜨린다.

지상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훌리안의 소설책을 소유한 다니엘은 '바람의 그림자'와 베일에 싸인 작가의 과거를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점차 빛과 안개의 도시 바르셀로나가 감추고 있는 어두운 비밀에 하나둘씩 다가선다.

동시에 다니엘과 주변인물들은 살인청부업자의 포위망 속으로 깊게 빠져드는데….

작가 사폰은 이 작품에서 포의 미스터리와 공포, 발자크의 날카로운 풍속과 인물묘사, 마르케스의 마술적 사실주의 등을 복합적으로 잘 엮어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장편소설 '바람의 그림자'는 이렇게 스페인 내전 직후 바르셀로나를 무대로 한 소년이 우연히 갖게 된 한 권의 책과 그 작가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사랑과 증오, 복수와 배신, 부재와 상실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동섭 전북대 스페인·중남미어문학부 교수가 우리말로 옮겼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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