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 보는 뮤지컬이 이렇게 즐거운 줄 몰랐어요."
지난 2일 오후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뮤지컬 '명성황후'를 관람하고 나온 시각장애인 송모(33·여)씨는 공연의 흥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듯 들떠 있었다. "명성황후가 백성들을 위해 일어서야 한다며 고종을 설득하는 장면에서 전율이 밀려들었어요."
송씨는 이날 (사)대구시각장애인문화원이 주최한 '여성 시각장애인 문화나들이'에 참가, 공연을 관람했다. 시각장애인 30명과 자원봉사자 30명이 나란히 참석했다.이 단체 이진숙(29·여) 간사는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경제적 어려움과 이동의 불편, 편의시설 문제등으로 인해 공연을 접하지 못하고 있다"며 행사 취지를 밝혔다.
공연 관람은 자원봉사자가 무대에서 펼쳐지는 무대장치와 배우들의 표정, 동작등을 일대일로 설명해주는 식으로 이뤄졌다. '막이 바뀌었습니다' '고종이 상복을 입고 있네요' '일본 무사들이 궁녀들을 차례로 죽이고 있어요' 등 극 진행에 맞춰 귓속말이 오갔다.
배다은(22·여·시각장애인)씨는 "음악이 너무나 웅장해 '녹음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을 정도로 극에 푹 빠졌다"며 "이런 공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 모임측은 오는 10월까지 매년 한 차례 문화공연장을 찾아가는 문화나들이를 계속할 계획이며, 연말에는 우리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전문가 강연도 열 계획이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사진:시각장애인들이 2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뮤지컬 명성황후를 감상하고 있다.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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