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첫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치러졌다. 모든 시험에서 성적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첫 평가에 대한 수험생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3월 모의고사 성적이 실제 수능 성적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신뢰도 높은 지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보다 잘못된 생각은 없다. 현재의 성적보다는 앞으로의 변화에 확신을 갖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평가 결과를 통해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고 적절한 학습 전략을 세우면 남은 기간 동안 지난 2년의 학습량보다 몇 배 효율적인 공부를 할 수 있다. 이번 평가의 영역별 출제 경향과 이에 비추어본 학습 전략에 대해 입시기관들이 내놓은 자료를 종합해 소개한다.
◇언어 영역
▲출제 경향
2005 수능에서는 비문학 6지문 25문항, 문학 4지문 21문항이 출제됐으나 배점은 각각 39점, 37점으로 비슷했다. 3월 평가에서는 비문학 6지문 27문항에 45점, 문학은 4지문 19문항에 35점으로 비문학의 비중이 한층 커졌다. 문학 제재는 2005학년도 수능과 마찬가지로 낯선 작품이 많았고, 비문학에서는 인문'사회 관련 지문이 상당히 어려웠다.
▲학습 대책
언어 영역을 잘 치기 위한 첫 단추는 듣기이다. 듣기에서 실수를 하지 않아야 다른 부분에서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듣기 실력을 쌓기 위해서는 평소에 말하는 사람의 의도나 목적을 분명하게 파악하며 듣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남의 말을 정확하게 듣고 전제나 가정을 알아내고 평가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쓰기는 글쓰기의 원리를 개괄적으로 익힌 다음 각종 문제집이나 모의고사 풀이를 통해 유형 학습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쓰기는 퇴고와 맞춤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므로 교과서 부록 등을 틈틈이 공부해 두어야 한다.
7차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언어 영역 읽기 제재 가운데 비문학의 비중이 높아졌는데 비문학 지문은 짧은 시간 안에 정확하게 읽는 능력을 요구한다. 핵심 정보가 어떤 과정이나 흐름으로 제시되는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문학 문제의 경우 낯선 작품이 등장하면 주제는 물론 사건의 전개 과정조차 파악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문학 작품을 가슴으로 감상하면서 하나의 읽기 자료로 간주해 분석하는 훈련도 병행해야 한다.
◇수리 영역
▲출제 경향
이번 평가는 주로 3월에 배운 범위에서 출제됐기 때문에 경향 분석의 의미는 그리 크지 않다. 실생활 소재 문항의 경우 가형에서 8문항, 나형에서 4문항이 출제됐다. 15번(신문 기사 발췌와 산소 농도 관련 상용로그 문제-가, 나형 공통), 16번(저수량 관련 수열의 극한 문제-가, 나형 공통), 21번(차량 뺑소니 사건과 관련 확률 문제-가형), 24번(대륙별 배낭여행 관련 경우의 수 문제-가형)은 다소 까다로운 문제로 주목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학습 대책
가형의 경우 모든 단원에서 골고루 출제되고 있지만 미분'적분 단원에서 꾸준히 4문항 이상이 출제되고 있다. 2006 수능에서도 이런 경향은 계속될 것이다. 또한 나형에서 수열과 수열의 극한 단원은 수학적 개념이 많이 요구되는 단원으로 출제 비중이 높았으며 2006 수능에서도 강조될 전망이다.
수학 10-가, 나형은 2005 수능에서 반영률이 그다지 높지 않았고 비교적 쉬운 내용에서 출제되었지만, 2006 수능에서는 좀 더 깊이 있게 반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핵심 단원에 대한 철저한 학습이 필요하다.
나형의 경우 수학Ⅰ에서만 30문항이 출제되므로 다양한 형태의 문항들이 출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문항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므로 수학 외적인 문제에 대한 대비도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다.
◇외국어 영역
▲출제 경향
전반적으로 2005 수능에 비해 지문의 길이가 길고, 어휘 수준이 높고, 4개의 장문이 출제돼 중'하위권 수험생들은 시간이 부족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지문 속에 정답의 단서가 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상위권 학생들은 별 어려움이 없었다. 최근의 경향인 시사적 내용의 지문이 출제되었다. 44번과 45번은'해리포터 시리즈(Harry Potter series)'가 폭력성과 악마 숭배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미국의 일부 도서관에서 금지되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학습 대책
외국어 영역 대비를 위해서는 먼저 7차 교육과정을 토대로 치러진 2005 예비평가, 2004년 6월과 9월 모의평가, 2005 수능 등을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 이를 통해 어휘의 수준, 영역별 문항 수, 출제 유형, 장문의 개수 등을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치르게 되는 듣기는 평소에 듣고 받아쓰는 훈련을 해야 한다. 테이프의 대본을 원어민과 같은 강세와 억양, 발음으로 따라하면서 암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듣기가 약한 학생은 매일 10분 이상 계속 들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문법은 시제, 태, 준동사, 가정법, 관계사 등을 파트별로 공부한 다음 기출문제를 풀어보고 최종적으로 지문을 활용한 문제를 통해 실전 훈련을 한다. 독해력 관련 문제는 직관력과 추론 능력이 있어야 해결할 수 있다. 평소 독해를 할 때 문장의 구조를 생각하며 읽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독과 정독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문 속에 나오는 어휘는 직접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중에 판매되는 단어장을 암기하는 것보다 스스로 정리한 단어장을 암기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단어를 정리할 때는 주어진 문장 속의 의미뿐만 아니라 다른 의미와 파생어, 유사어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사회탐구 영역
▲출제 경향
주 5일 근무제'웰빙(윤리 8번), 인구 고령화 추세와 노인 문제(사회문화 6번, 15번), 2005 내외 경제 상황,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 폐기물 부담금 제도(경제 8, 10번), 취업난 속 불공정 근로 계약(법과 사회 4번), 동북 공정(국사 17번), 한'일 어업 협정에 따른 수역(한국지리 11번), 쓰나미(세계지리 15번), 국제 통상 환경의 변화, 교토 의정서, 수도권 전철 개통(경제지리 10, 13, 20번) 등이 눈에 띈다.
상품 구입 형태(온라인과 오프라인)를 삽화로 주고 그 특징을 파악하는 문항(경제지리 7번), 지리 답사를 통한 주제 발표의 내용이 적절한지를 판별하는 문항(한국지리 1번), 인터넷 검색 결과 창을 보고 검색어를 찾는 문항(사회'문화 6번), 수업 시간에 이루어진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경제 개념을 찾는 문항(경제 4번), 인터넷상의 자료 전송 관련 질의 응답 내용을 법률적으로 분석하는 문항(법과 사회 14번) 등도 눈여겨볼 것들이다.
▲학습 대책
최근의 수능시험이나 교육청 주관 모의평가에서는 교과서에 제시된 자료를 문항의 소재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 풀이에 앞서 교과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교과서의 핵심 내용과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되 예시문, 지도, 그래프, 통계표 등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해석하여 결론을 도출해 내는 과정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사회탐구 영역에서는 시사 문제에 대한 지식이 필수적이다. 이는 수능뿐만 아니라 논술과 구술면접 대비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단순히 주요 시사 리스트를 뽑고 내용을 암기할 게 아니라 시사 쟁점들을 교과 내용과 연관해 파악하고 자기 나름의 평가와 견해를 갖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2006 수능을 위해서는 쓰나미, 독도 분쟁, 한류 열풍, 지구 온난화, 이라크 전쟁, 북한 핵문제, 웰빙, 인터넷 범죄, 신행정 수도 이전, 실업난 등을 제대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과학탐구 영역
▲출제 경향
형식적으로는 2005 수능과 별 차이가 없었다. 기존의 모의고사나 수능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자료를 활용한 문항(물리Ⅰ 13번, 지구과학Ⅰ 9번 등)이 다수 출제되었으며, 기존의 자료를 사용하더라도 새로운 시각에서 질문하는 비교적 참신한 문항(물리Ⅰ 19번, 지구과학Ⅱ 14번)이 많이 출제되었다. 화학Ⅰ, Ⅱ의 경우 2005 수능처럼 계산 문제의 출제 비중이 높았다.
지구과학Ⅰ의 경우 2005 수능에서 다루었던 소재를 재활용하여 변형시킨 13번,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기단의 성질을 새로운 유형의 자료 제시를 통하여 찾아내게 하는 14번, 지구과학Ⅱ에서 조륙 운동의 원리를 그림으로 나타낸 자료를 통해 교과서의 기본 개념을 적용시킨 10번 등의 문제는 신유형이었다. 화학Ⅱ의 4번은 화학에서 잘 다루지 않는 속도의 개념을 제시하여 자료의 깊이 있는 분석과 개념의 정확한 이해를 평가하는 새로운 유형이었다.
▶학습 대책
7차 교육 과정이 처음 적용된 2005학년도 수능 문제도 기존의 수능 유형과 비슷하게 교과서의 내용이 충실하게 반영된 시험이었다. 따라서 교과서에 있는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를 중시하는 학습이 필요하다. 그런 다음 모의고사나 수능 기출문제 등을 통해 실전 훈련을 해야 한다. 과학에 자신이 없는 학생은 교과서와 기출문제 속에 2006학년도 수능 출제 방향과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최근 수능에서는 교과서 안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실험, 그래프, 도표와 여러 자료 이외에 생소한 자료를 제시하여 새로운 방향으로 교과 내용을 묻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실생활 관련 자료나 다른 과목에서 쓰이는 자료와 용어를 출제에 응용하는 경우가 많다. 낯설고 새로운 자료일수록 질문은 기본 개념에 바탕을 둔 단순한 내용인 경우가 많다. 1학기 동안 교과서를 철저하게 이해하고 정리해 두면 어떤 경우에도 대처할 수 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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