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불거진 수능 부정 파문과 서울'경기지역 고등학교의 성적조작 사건 등으로 학교 성적관리가 대폭 강화됐다. 교육청에서는 휴대전화는 소지 자체만으로도 부정행위로 간주하는 한편 감독 교사를 2인으로 늘리는 등의 성적관리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를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무조건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감시만을 강화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적합하냐는 근원적인 질문에서부터 교원의 업무 가중으로 시행이 어렵다는 현실적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학업성적관리 종합대책
교육부가 내놓은 학업성적관리 종합대책은 단위 학교별로 학업성적관리위원회(위원장 교장) 운영을 활성화, 분기별로 최소 2회 이상 열고 출제에서 결과 처리까지 단계별 책임자를 지정하도록 했다. 시험 시행 방법은 교사 2명 감독 체제를 원칙으로 하고 학부모의 보조 감독 참여가 가능하도록 했으며 학교 사정에 따라 학년별로 오전'오후로 구분해 시험을 실시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내년부터는 평가계획, 출제문항 등을 학교 홈페이지에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올해는 우선 자율시행키로 했으며 성적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과목 평균점수 70~75점, '수'비율 15% 이내' 등의 기준을 엄수하도록 했다. 또 휴대전화는 지참 자체를 부정행위로 간주하며 부정행위 학생은 학칙에 따라 교내 봉사활동이나 0점 처리 등 엄정하게 조치하도록 했다.
▲2인 감독 실효성 의문
이 중 가장 부정적인 반응을 받고 있는 것은 2인 이상 감독 체제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교사 인원이 넉넉하지 않아 상당수의 학교에서 2인 이상의 감독을 배정하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2인 이상 감독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휴식시간 없이 3~4시간 이상 시험 감독을 맡아야 하거나 심지어는 학년별로 오전'오후로 나눠 하루 종일 시험 감독을 해야 한다. 이에 대해 전교조 등 교원단체에서는 교육부가 교원 업무 등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학부모 보조 감독을 통해 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대안 또한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정행위 적발 시 책임 소재의 문제가 걸려 있는데다 맞벌이 등으로 마땅히 시간 내줄 학부모를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것.
실제로 지난해 학부모 보조 감독제를 실시해 온 ㄱ고 김모 교사는 "중간'기말 고사 때마다 3, 4명의 학부모 감독을 섭외하는 일이 담임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며 "쉬는 시간 없이 3~4시간 이상을 서 있어야 하는 업무라 다리가 퉁퉁 붓는 등 어려움이 많아 한 번 감독을 해 본 학부모들은 다들 나서기를 꺼려해 거의 애원하다시피 학부모를 모셔야 한다"고 털어놨다.
▲감독 강화가 능사?
내신 성적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어쩔 수 없이 마련된 고육책이지만 감독을 강화하는 정책 자체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상철 전교조 대구지부 정책실장은 "모든 학생들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행해지는 감시'감독의 강화는 교육 철학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조치"라며 "학생 감시 강화를 통한 부정행위 방지에 치중하기보다는 성적조작 등 평가비리에 대한 근절 대책이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상호 대구시 교육청 중등교육과장도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이 나온 방안이지만 엄정한 성적관리를 핑계로 학생과 교사, 학부모 상호 간에 불신의 골만 더 깊게 할 우려도 없지 않다"며 "제도적 보완책 외에도 지도와 홍보활동을 강화해 교권을 바로 세우고 정정당당한 성적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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