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위기의 砂防사업

숲가꾸기 지속 추진 경제성 높여야

'사방(砂防)사업'은 헐벗은 산림을 복원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 1960∼70년대 주력한 대표적인 치산녹화(治山綠化)정책이다. 40여년이 지난 요즘 산은 어떻게 변했을까?

그러나 임업전문가들은 오히려 사방사업의 1차적인 성공이 숲 가꾸기의 소홀함을 불러왔다며 간벌(나무의 발육을 돕기 위해 나무를 솎아냄), 수종갱신, 경제림 조성 등 적극적인 관리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방사업 현황과 문제점

'동해안의 기적'으로 꼽히는 포항 영일 사방사업(73~77년)을 비롯해 전남 곡성지구, 경남 거창'합천지구 등 당시 전 국토에서 펼쳐진 사방사업은 생존력 강한 외래 수종 위주의 나무를 심어 조기녹화라는 큰 성과를 거뒀다. 산림청에 따르면 해방 이후 지난해까지 총 사방면적은 국내 산지의 11% 가량인 73만8천ha에 달한다.

그러나 이후 육림정책이 소외되면서 아카시, 리기다 소나무 등 당시 사방 조림목들이 일찍 쇠퇴, 재해 위험이 다시 높아지고 간벌이 안 된 숲에는 햇볕이 들지 않아 어린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등 '늙은 숲'으로 전락하고 있다.

한국산지보전협회 조현제 박사는 지난 2월말 '영일 사방사업지 관리방안'에 대한 1차 연구용역 결과를 냈다. 그 결과 사방 조림목의 '생태적 수명'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 척박한 땅에서 스스로 양분을 만들어 내며 생장하는 '개척수종'들은 원래 수명보다 짧은 25~30년 만에 생장을 그쳐 조로(早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산림자원학과 우보명 명예교수는 "조림목의 수명이 말기에 이르면 태풍, 산사태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현상은 한강유역보다 상대적으로 토양이 척박한 낙동강 유역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사방사업에 뒤따라야 할 육림사업이 2, 3차 산업 위주 정책에 밀려나 사후관리가 방치되는 바람에 숲도 건강을 잃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김재환 임지보전과 실장은 "다 자란 나무가 될 때까지 최소한 3~4차례 간벌이 이뤄져야 하지만 국내 사방 조림지는 대체적으로 1차례 간벌에 그쳤다"며 "이는 간벌 등에 투여되는 인력과 예산이 엄청나고, 다른 사업보다 우선 순위에서 밀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경북 산림환경연구소 정재수 소장은 "영일지구는 아직까지 충분한 표토층이 형성되지 않아 향후 30년간은 간벌, 수종갱신 등이 시기상조"라며 "사방수를 경제수로 대체하자는 주장도 이곳의 척박한 지질과 맞지 않다"고 반대입장을 내세웠다.

■대책은 없나

한국산지보전협회 조현제 박사팀이 최근 펴낸 영일 사방사업지 보고서가 거의 처음일 정도로 그간 사방사업에 대한 냉정한 평가나 사후관리는 잊혀져왔다. 반면 미국은 2000년 들어 '건강한 산림정책'을 통해 기존 산림보존 위주에서 산림건강성 회복으로 전환했고, 일본은 '긴급간벌 5개년계획'(2000~2004년)을 통해 총 150만ha를 간벌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조 박사는 "산림의 생태적'공익적 기능을 회복시키는 일이 급선무"라며 "간벌이 안 된 산림에는 계획적인 불량목 제거나 가지치기 등을 통해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우보명 교수도 "숲의 경관을 고려해 조금씩 임상을 바꾸는 '군상벌채' 위주의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산림의 경제적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북대 홍성천 임학과 교수는 "앞으로는 경제림과 환경림 위주의 조성으로 고부가가치의 임산물 자원과 자연환경을 가꾸는데 치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산림환경연구소 관계자는 "임상에 따라 참나무, 느릅나무, 자작나무, 느티나무, 잣나무, 상수리 나무 등 자원 활용도가 높은 '용재림' 위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사후관리가 제대로 안된 산림의 경제적 가치는 크게 떨어진다. 산림청에 따르면 국내 목재자급률 은 지난 99년 6.5%에서 2002년 5.5%로 매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산림청 치산과 최정인 담당은 "숲이 캄캄해지면 낙엽을 분해하는 미생물 서식이 불가능하고 단단해진 토양에 물 저장기능이 떨어져 지피식물과 새 개체가 자라지 못한다"고 말했다. 산림청과 각 지방자치단체는 뒤늦게 심각성을 깨닫고 지난해부터 2008년까지 목표로 '숲가꾸기 5개년 계획'을 수립'추진하고 있다.

산림청 숲가꾸기팀 임상섭 팀장은 "현재 시급히 가꾸어야 할 산림은 전국적으로 215만ha에 달하지만 연간 사업량은 15~16만ha(7%)에 그치는 등 과거 범국민적 노력으로 녹화한 산림들을 가치있는 자원으로 육성하는데 미흡했다"며 "숲의 생태적 건강성을 회복해 공익적 가치를 높이고 경제림 육성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과 함께 산림청이 오는 2008년까지 산림 100만ha를 대상으로 추진중인 '숲 가꾸기 5개년 계획'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사업이 마무리되면 맑은 물을 공급하거나 대기를 정화하고 산사태를 예방하는 등의 공익적 편익이 2004년 기준 1천ha당 78억 원에서 115억 원으로 47% 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용재수 및 임산물 생산 증가에 따른 경제적 가치도 같은 기간 1천ha당 4천800억 원에서 6천900억 원으로 44% 포인트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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