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불 확산...낙산사 대웅전 전소

3개 문화재 긴급 대피...의상대와 홍연암은 '무사'

식목일인 5일 강원도 양양과 충남서산지역 등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 천년 고찰인 낙산사 대웅전이 불에 전소되고 주민 수천명이 대피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이날 양양군 일대 산불은 오전에 불길이 잡히는 듯 했으나 건조주의보가발령된 가운데 어른이 서 있지 못할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어닥치는 바람에 다시 불이 번지면서 낙산사 대웅전과 일주문, 주변 부대건물을 전소시켰다.

이와 함께 낙산 비치호텔 부근까지 불길이 번지면서 이 호텔 투수객 30여명과직원 60여명이 긴급대피한 것을 포함해 전국에 난 산불로 수천명이 불길을 피해 피난했다.

이에 앞서 양양군은 오후 2시32분을 기해 산불이 확산되고 있는 양양 강현면 지역에 재난경보를 발령했다.

경찰은 또 이날 오후 3시부터 양양 강현면 용호리 일대 7번 국도 양측 야산에서강한 바람과 함께 불길이 번짐에 따라 산불진화대 장비 및 인력 이동을 위해 설악산입구~양양 연창 삼거리까지 20㎞ 구간의 차량통행 전면통제에 들어갔다.

한편 충남 서산과 비무장지대 등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잇따라 발생, 식목일을무색케 했다.

◆양양 산불 다시 번져..낙산사 전소 강원 영동지역에 건조주의보와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4일 오후 11시 50분께 양양군 양양읍 화일리 도로변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 가옥과 창고 등 41채가 불에 탔다.

이어 5일 오전들어 불길이 잡히는 듯했으나 오후 3시께 낙산사 주변 송림으로번진 불은 낙산사 서쪽 일주문을 태운 뒤 대웅전에 옮겨 붙었다.

낙산사 20여채의 건물 가운데 대웅전과 보타전, 원통보전(圓通寶殿)과 이를 에워싸고 있는 원장(垣墻.시도유형문화재 34호), 홍예문(虹霓門.시도유형문화재 33호), 요사채 등 목조 건물과 보물 479호인 '낙산사 동종' 등 대분분이 불에 탔다. 인근의의상대와 홍연암은 다행히 화마를 피했다.

낙산사측은 이날 오전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지불인 '건칠관세음보살좌상(보물 1362호)'을 비롯한 신중탱화, 후불탱화 등 3개의 문화재를지하 창고로 긴급 이전시켰으나 훼손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낙산사 스님들은 긴급 대피했으며, 소방대원들이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바람이 워낙 강한데다 연기가 심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또 불이 낙산비치호텔 부근으로 번짐에 따라 이 호텔 투숙객 30여명과 직원 60 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이와 함께 인근 지역 551가구 1천400여명이 강현면사무소와 낙산도립공원관리사무소 등으로 대피했으며 오후들어 불길이 번진 화일리 주민 일부는 고립된 것으로알려졌다.

이에 앞서 전날부터 오전까지 발생한 이 지역불로 인해 임야 150ha가 불에 탔고주택과 창고 등 모두 41채가 전소되고 진화중이던 소방차 1대도 소실됐다.

이재민도 33세대 92명이 발생, 친척집과 마을회관 등에 분산 수용돼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명피해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영동지역에는 지난 2일 밤 눈이 내렸으나 따뜻한 기온과 건조한 바람이 부는 푄(높새)현상으로 눈.비가 내려도 대지가 금방 건조해지는데다 백두대간에서 해안까지가파른 지형 조건으로 물기를 오래 저장하지 못해 낙엽 등이 말라 불길이 확산된 것으로 분석됐다.

◆양양 지역 주민 수천명 긴급 대피 5일 오전 0시 55분께 강현면 사교리 31가구 60여명의 주민이 긴급 대피한데 이어 금풍리 35가구 65명, 적은리 45가구 75명 등 223가구 400여명이 마을회관 등 안전지대로 긴급 대피했다.

또 산불이 사교리에서 금풍리를 지나 사천리와 감곡리 일대로 번짐에 따라 5일오전 2시 50분께 인근 침교리와 방축리, 광석리 등 모두 16개리에 주민대피령을 내리는 등 총 265가구 661명의 주민을 대피시켰다.

산불확산이 우려되자 관동대학교 양양캠퍼스 기숙사 학생 700여명도 양양읍내일출예식장으로 대피하는 등 오전 한때 주민 등 1천800여명이 대피했다.

주민들은 어둠 속에서 경운기와 승용차 등을 이용해 가재도구 등을 싣고 급히대피했으며 마을 논과 밭은 주민들이 옮겨놓은 가재도구와 소, 돼지 등 가축들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이와 함께 낙산해수욕장 송림지에 불이 붙자 식목일 휴일을 맞아 동해안을 찾은거평프레야콘도 투숙객 300여명을 비롯한 인근 숙박업소의 수많은 투숙객이 옷가지등을 제대로 챙기지도 못한 채 짙은 연기에 묻혀 급히 빠져나오는 등 큰 소동을 빚었다.

◆비무장지대 산불..주민 예비대피령 지난 4일 오전 9시15분께 고성군 동부전선 비무장지대 고황봉 서쪽 2㎞ 지점에서 재발한 산불이 오후 10시 비무장지대를 넘어섬에 따라 자정께 최북단 명파리 마을 주민들에게 예비 대피령을 내렸다.

산불은 5일 오후 2시 현재 남방 한계선 이남 3㎞까지 확산되면서 임야 20㏊를태웠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은 현내면 명파리 주민과 남북철도.도로 공사 현장 인부 등360명에 대해 대피를 준비하도록 하는 한편 진화대를 투입,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산불은 확산은 되지 않고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전 8시20분께 동부전선 통일전망대 서북쪽 북한지역에서 최초로발생한 이번 산불은 2일 밤 내린 비로 자연진화되는 듯 했으나 4일 오전 강한 바람을 타고 불씨가 다시 살아나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서산 등 전국서 13건 산불 발생 전국에서 이날 강원 양양과 충남 서산을 포함해 모두 13건이 발생했다.

충남 서산시에서는 이날 0시께 해미면 대곡리 한서대학교 뒤 가야산 중턱에서불이 나 소나무 등 6천그루와 임야 15㏊를 태워 4천300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낸뒤 오전 8시 30분께 진화됐다.

불이 나자 소방관과 공무원, 군인 등 1천400여명과 진화차량 등 20여대가 긴급투입됐으나 야간인데다 바람까지 강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산림청헬기 등 헬기 12대는 오전 6시 30분께 날이 밝자 긴급 투입돼 불길을 잡았다. 진화 후 산림청헬기 6대는 강원도 양양과 고성의 산불 진화를 위해 이동했다.

경찰은 서산시 해미면 대곡리 2구의 독거노인 김모(86)씨와 고모(71)씨 등 2명을 안전지역으로 대피시켰으며 산아래 민가에 불이 번지지 않도록 소방차 8대와 인력을 배치했다.

또 한밤중 인적이 드문 산 중턱에서 불이 난 점 등으로 미뤄 방화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불이 난 산은 1992년부터 모두 50건 가량의 방화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한 곳이다. 주민들 사이에 '도깨비 불'로 불리는 산불을 막기 위해 서산시는 1천만원의 신고포상금까지 내걸었다.

이 밖에 경북 고령군 다산면 월성리 야산과 예천군 생천리 야산 등에서 발생한산불에 대한 진화작업이 현재 진행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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