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日 교과서 왜곡 더 교묘해져"

한철호 동국대 교수 "군사대국 정당화 노골적 시도"

일본 우익의 지원을 받는 후소샤(扶桑社) 출판사의 교과서가 일부 수정을 통해 비판의 예봉을 피하면서 '팔뚝론' 등 군국주의 사관을 더욱 강화하는 등 교묘한 방식으로 역사왜곡을 획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문제의 새 교과서 끝 부분에 중국과 북한이 일본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내용과 함께 일본인 납북자의 사진이 실린 점은 일본의 국민감정에 호소해 군사대국화를 정당화하려는 노골적인 시도로 풀이됐다.

한철호(47)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5일 연합뉴스 전화인터뷰를 통해 내년부터 사용될 후쇼사의 새 역사교과서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그는 교과서 마지막의「역사적 전환기와 일본의 역할」부분에 '동아시아에는 공산주의 국가와 1당 독재 국가가 남아 있어 큰 위험이 되고 있다'는 내용이 실린 점에 대해 "이는 향후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공산주의 잔재 해소, 종교 및 인종 갈등, 기아문제, 산림소멸, 오존층 파괴 등 나름대로 평화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강조했던 2001년판에 비교할 때주목할 만한 퇴행"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 부분에는 북한에 납치됐다 풀려난 일본인들이 귀국하는 사진이 함께 실려 있는 점으로 보아 일본의 국민 감정에 호소, 위기의식을 부추기고 군사대국화를정당화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한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새 교과서는 '한반도는 대륙으로부터 일본을 향해 불뚝 튀어나온 팔뚝'이라고 주장하면서 일본에 적대적인 강대국이 한국을 장악할 경우 일본이 위험에 빠져'자위(自衛) 전쟁'을 해야만 했다고 가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 우익의 "한국이 일본 침략의 전진기지가 될 경우 후퇴선이 없는 해양국가일본은 엄청난 위협을 겪는다"는 '팔뚝론'은 후쇼사의 2001년 교과서에도 실려 있었으며 일본의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핵심 논리가 돼왔다고 한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후소샤 측은 비슷한 사례로 수(隨)의 중국 재통일로 인한 동북아 역학관계의 변화, 고려를 통한 몽골의 일본 출병 등을 들고 있으며 러일전쟁·청일전쟁·한일합방 등이 침략적 의도에서 벌어진 것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후쇼사 측은 팔뚝론에 대해 '중국의 선진 문물이 한국을 통해 일본에 전달됐다' 는 등 일부 긍정적인 면을 기술하면서 임진왜란 등도 함께 언급해 겉보기에는 균형을 맞추려고 하고 있으나 침략 정당화 사관은 똑같다는 것이 한 교수의 분석이다.

한 교수는 후소샤 측이 명백한 사실오류와 용어 등 일부를 고친 점에 대해 "한국측 비판을 일부 수용한 것처럼 보이도록 4년 간 준비해서 더욱 교묘한 교과서를내놨다"고 평가했다.

한 교수는 "'동학난'이라는 표현이 없어지고 '갑오농민전쟁'으로 대체된 점 등외견상 주변국의 비판을 받아들인 듯한 부분은 있으나 전체적인 논리는 오히려 더욱지능적으로 침략을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세련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문부성이 검정신청본 자체를 미리 공개치 않고 일본 지자체 교육위원회등에 후소샤와 가까운 인사들이 상당수 들어간 점 등으로 미뤄 일본 정부와 정치인들이 역사왜곡을 암묵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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