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영화> '실비아'

최근 암과의 싸움을 이기고 다시 교단에 선 서강대 영문과 장영희 교수의 이야기가 매스컴에 집중 보도됐다.

장 교수는 "요즘 여류시인 실비아 플라스의 시집 번역 작업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밝혔다.

영화 '실비아'는 바로 그 실비아 플라스(1932-1963)의 여리면서도 뜨거웠던 삶을 그린다.

'실비아'는 기네스 팰트로를 위한 영화다.

그녀 특유의 기품과 매력, 장점을 한껏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헤어스타일의 멋스러운 변화가 눈길을 끈다.

분명 출산 전에 촬영한 것인데 팰트로에게서는 이전과 다른 여유마저 느껴진다.

'디 아워스'의 니콜 키드먼은 여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를 연기하기 위해 대단히 촌스러운 분장을 했지만 기네스 팰트로는 매 순간 아름답다.

8세부터 자살을 시도했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유약했던 실비아는 스물넷에 천재시인 테드 휴즈(다니엘 크레이그 분)와 열정적인 사랑 끝에 결혼에 골인한다.

그러나 테드의 외도로 둘은 결혼 6년 만에 이혼하며, 결국 실비아는 아이 둘을 남겨두고 자살을 한다.

영화는 실비아가 테드를 만나고 자살할 때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게 따라간다.

이 두 시인의 사랑과 시에 대한 열정은 분명 흥미롭다.

그러나 영화는 그러한 둘의 에너지를 시종 꾹꾹 눌러담은 인상이다.

최대한 자연스러운 조명을 사용해 투박하고 거친, 소박한 질감을 표현하려는 감독의 의지는 영화 전체를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그 때문에 팰트로에게 집중하지 않으면 영화는 한없이 어렵거나 혹은 평이하다.

그들이 때때로 읊어대는 황량하고 어두운 시어들은 귀에 녹아들지 않고, 보다 흥미로울 수 있었을 여러 일화들은 시간 순서대로 나열되기에 급급했다는 인상이다.

실비아 플라스는 특이하게도 사후 유명해진다.

그가 남긴 유고시집 '에어리얼(A riel)'이 큰 반향을 일으켰고, 1982년에는 '시선집모음'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다.

테드 역시 1984년 영국 시문단에서 계관시인으로 인정받는다.

둘의 이야기는 분명 매력적인 영화 소재다.

팰트로의 친엄마 브라이스 대너가 극중 실비아의 엄마로 출연해 눈길을 끈다.

둘이 실제 모녀라는 사실을 모르고 보면 "참 닮았다"며 감탄을 하게 될 것이다.

15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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