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제479호인 '낙산사 동종'이 결국 이 일대를 덮친 산불에 사찰 전체가 전소되는 과정에서 함께 완전 소실됐다. 현장에 급파된 문화재청 피해조사단 김상구 서기관은 "안타깝게도 동종이 완전히 녹아내렸음을 확인했다"고 6일 말했다.
전날 현지에 급파된 문화재청 조사단은 이날 새벽, 날이 밝자마자 종각과 함께불타내린 잿더미에서 동종의 상태를 확인했으나 동종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피해상황 파악을 위해 낙산사 현장으로 향하던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연합뉴스와의 휴대폰 통화에서 "침통함을 금할 수 없다"면서 "일단 레플리카(복제품) 제작은가능하겠지만, 그렇다고 소실된 원형을 살릴 길은 없다"고 말했다. 유 청장은 "레플리카는 (김천) 직지사성보박물관 흥선 스님이 해 놓은 동종 탁본을 토대로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원히 사라져 버린 이 낙산사 동종은 1968년 12월19일 보물로 지정됐다. 조선 예종 원년(1469)에 왕이 그의 아버지인 세조(수양대군)를 위해 제작해 낙산사에 보시(布施)한 범종으로 규모는 높이 158㎝, 입지름 98㎝였다. 종 꼭대기에는 사실적이고 기품 있어 보이는 용 두 마리가 서로 등지고 있어 고리 역할을 하고 있었다. 어깨 부분에는 연꽃잎으로 띠를 둘렀다. 몸통에는 가운데굵은 세 줄을 그어 상·하로 나누고, 위로 보살상 4구를 새겼다.
보살상 사이사이에는 가로로 범자(梵字. 산스크리트어)를 4글자씩 새기고 보살상 머리 위로는 16자씩을 새겨 넣었다.
몸통 아래로는 만든 시기와 만들 때 참여한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었다. 종 밑부분에는 너비 9.5㎝ 되는 가로줄이 있어 그 안에 당시에 유행하던 물결무늬를새겨 넣었다. 큰 종으로는 조각 수법이 뚜렷하고 모양이 아름다우며 보존상태가 좋아 한국 종을 대표하는 걸작품으로 손꼽히고 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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