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수행이 부족해 낙산사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심려 끼쳐드린 점 죄송합니다"
5일 화재로 대부분의 건물이 소실된 낙산사의 주지 정념(44.正念) 스님은 간밤에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며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법당이 소실돼 다른 승려들과 함께 인근 유스호스텔에 숙소를 정했지만 타버린 절이 걱정돼 절과 숙소를 오가느라 밤새 정신이 없었단다.
정념 스님은 지난달 20일께 조계종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낙산사 주지가 된지 불과 15일만에 이런 일을 겪게돼 충격이 더 컸다. "어떻게 해서라도 막아보려고 건물에 물을 뿌리고 소화기도 사두었는데 갑자기붙은 불에 손도 못 썼습니다. 잔불 정리만 제대로 했어도..." 5일 오전에 한고비 넘기고 나서 직접 소방본부에 연락해 헬기로 주변에 물 한번만 뿌려달라고 했는데 헬기가 모두 고성 진화 작업에 투입되는 바람에 이뤄지지않은 것이 스님은 못내 아쉽다.
정념 스님은 그러나 그나마 불상과 탱화를 급히 옮겨둔 의상교육원과 홍련암이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부처님이 도우셨는지 의상교육원 바로 옆 건물까지 불이 붙었는데도 의상교육원엔 옮겨 붙지 않더라구요. 홍련암도 바로 앞 요사체까지 탔는데도 홍련암은 타지 않은 걸 보면..."
원통보전에 보관돼 왔던 동양 최고(最古)의 지불(紙佛) 건칠관세음보살상(보물제1362호)과 후불탱화,신중탱화는 5일 오전 양양에 산불이 시작됐다는 얘기를 듣고나서 급히 경내 시멘트건물인 의상교육원에 보관했으며 현재는 안전한 인근 창고에옮겨둔 상태다. "아쉽지만 더욱 열심히 수행해 빠른 시일 내로 복원을 해야죠" 정념 스님은 타버린 절 안으로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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