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하면 영'호남의 갈등을 먼저 떠올린다. 박정희'전두환 시대를 거치면서 돈과 권력을 독식한 영남 권력에 도전한 호남이 서로 경쟁하며 악의적으로 조장하며 지역주의를 불러왔다는 게 보편적 인식이다. 지역주의는 영'호남을 넘어 수도권'충청'강원으로까지 이어져 아예 지역 신당까지 거론될 정도로 확산됐고, 지역감정은 우리사회에서 고질로 인식되고 있다.
○…지역감정이 나라 전체의 문제가 되면서 정부 각료를 뽑을 때도 우선 순위가 지역 안배다. 빅4로 불리는 요직이나 정부 부처 말단 인사에까지 지역 안배가 우선 조건이다. 그러나 밀려난 사람들은 여전히 지역 독식을 불평한다. 지방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면서 국가 지원 사업의 우선 순위에서도 지역 차별이 이뤄지고 있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 이는 그만큼 현재진행형이다.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이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중선거구제 도입과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열린우리당이 호남을, 한나라당이 영남을 독식하는 현상이 소선거구제 때문이라며 선거구제 변경으로 지역주의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당연히 한나라당은 반대다. 선거구제를 변경해도 한나라당의 호남 진입은 쉽지 않은 대신 영남의 문만 열어준다는 이유에서다. 정치 현장의 "영'호남은 여전히 지역감정이 활발히 진행중인 곳"이라는 인식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지역 갈등의 진원지로 불리는 영'호남이 지역감정 해소에 나선 건 오래 전부터다. 지방자치단체끼리 결연을 맺는가 하면 민간단체의 교류도 잦다. 그러나 선거만 시작되면 양 지역은 서로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똘똘 뭉친다. 지역주의 극복을 내세우며 지난해 총선에서 대구 출마를 강행한 당시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철벽을 넘지 못한 채 낙선, 정치 일선에서 사라졌다.
○…지역감정은 그러나 나쁜 것만은 아니다. 지역 사랑과 그 정체성은 지방자치의 근간이요 요체다. 지방화가 곧 세계화라는 말은 지역 정체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다만 정치 권력의 다툼에서 비롯된 지역 갈등은 진원지로 알려진 영'호남의 손실로 이어진다. 지역 안배를 이유로 각종 인사에서 밀려나고, 지역 갈등이 우려된다며 국가 사업 배정에서 밀려나기도 한다. 유권자의 무조건적 선택이 지역감정의 진원지로 욕먹게 하고 지역의 손실을 불러온다.
서영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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