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계 "역사왜곡 日정부입장 반영"

일본 문부과학성의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가 발표된 5일 국내 학자들은 교과서 왜곡 내용에 일본 정부의 입장이 반영돼 있다며 우리 정부와 민간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특히 일본 우익의 지원을 받는 후소샤(扶桑社) 등 상당수 교과서의 문부성 검정과정에서 독도 문제가 더욱 노골적으로 왜곡된 점에 대해 많은 학계 인사들이 우려를 표명했으나 일각에서는 "분리대응이 득책(得策)"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 "교과서 왜곡은 日정부 의견 반영" = 신용하 한양대 석좌교수는 문제의 교과서들에 드러난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 왜곡은 일본 정부의 견해와 정책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며 강경대응과 총력투쟁을 촉구했다.

신 교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를 비롯해 문부과학상·외무상 등 일본 정부 고위층에 있는 극우파 집단이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왜곡을 사실상 주관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 민족과 국가에 대한 본질적 도전이다"고 말했다.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는 왜곡 교과서 내용이 일본의 전쟁국가화와 군국주의화를 찬양하려는 의도를 반영했다며 "과거 반성 없이 허황된 주장을 펴는 일본이 어디로 가려는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최장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원은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이 교과서에 실린 것은 일본 정부가 우익 정치인과 극우단체를 동원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주장에는 법적·역사적 타당성이 없어 결과적으로 이런 주장은 일본인들에게 또 다른 '자학사관'의 근거가 될 것이다"고 비판했다.

◆ "일본 내 양심세력과 연대해야" = 한철호 동국대 교수는 "교과서 왜곡 사태는 재무장을 통한 군사적 세력확대를 추구하는 일본 우익이 이를 이념적·학술적으로 정당화하려는 의도에서 나왔다"며 "내정간섭 운운하는 빌미를 주지 않도록 민간 차원의 불채택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그는 "지금 일본 내에서도 일반인들이 후소샤 교과서를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아닌데 굳이 정부 차원에서 나서서 이를 널리 알려 주는 결과를 초래할 이유가 없다" 고 말했다.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일본 주류사회가 미일동맹에 근거한 힘의 외교를 신뢰하고, 과거사에 대해 왜곡되고 부도덕한 시각을 견지하며 팽창주의·군국주의·국수주의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소수파인 일본 내 양심세력과 연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는 한일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면밀히 대응하되 국회나 시민단체는 망동에 즉각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미동맹이 이완되는 틈을 타 일본이 한국을 경시하고 있다"며 "민간과 정부 차원의 대응을 분리하되 정부는 일본 문부성에 집중적으로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센터장은 "역사왜곡을 조직적으로 정치운동화하려는 일본 내 정치가, 기업가, 극우단체 등의 움직임을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 "독도문제는 분리대응이 득책" = 진 센터장은 "독도는 영토 문제라 양국이 타협할 수 있는 여지가 없고 국제여론 환기 등을 통해 싸워 나갈 문제인 반면 일본 내에도 논란이 많은 역사교과서 문제는 양심세력과 연대해 인식 격차를 좁힐 수 있다"며 분리대응을 제안했다.

그는 "이런 면에서 역사교과서와 독도문제를 분리해 대응한다는 정부의 '투 트랙' (two-track)정책이 효과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병우 한신대 국사학과 교수는 "독도 문제와 역사왜곡 문제를 연결해 거론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고 윤병남 서강대 사학과 교수는 "독도문제에 관한 일본의 태도가 특별히 달라진 것은 아니며 그 동안 교과서에서도 그렇게 기술해 왔다"고 설명했다.

한일 역사공동위원회 한국 측 간사인 조광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자신의 직책상 이번 사태에 대해 직접 언급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면서 "일단 독도 문제와 교과서 문제는 구별해서 제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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