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은 도자기의 고장이다. 도자기의 맥을 300년간 끊어짐없이 이어오고 있다. 현재 이 지역에서 발굴된 도요지만도 87곳. 전국에서 선정된 도자기 명인 6명중 3명(김정옥'천한봉'이학천 선생)이 이 지역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문경에는 이들을 포함, 20여명의 도예가들이 전통도자기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모두 발물레를 고집하고 장작을 넣는 전통가마를 고집하는 것도 큰 특징이다.
예술혼이 담긴 문경지역의 도자기는 일반인들이 사기에는 가격이 많이 비싸다. 찻사발 하나만 해도 만만찮은 가격. 하지만 꼭 도자기를 사지않더라도 전통가마인 '망댕이가마'와 도자기제작과정은 볼 수 있다. 유명 도예가들을 찾아 그들이 전시해놓은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운이 좋아 미리 약속이 되거나 마주치기라도 하면 차한잔을 곁들이며 그들의 작품세계를 들어볼 수 있는 행운을 얻기도 한다. 도자기전시관과 몇몇 도요지에서는 직접 도자기제작을 체험해볼 수도 있다.
문경도자기의 특징은 뭘까. 문경요(窯)의 천한봉(72) 명장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전통 장작가마를 사용한다"며 "불의 변화로 똑같은 도자기가 없지만 다 독특한 특징이 있다"고 소개했다. 흙을 장만하더라도 남이 사용하지 않는 것을 찾아내려 나름대로 노력하기 때문이다.
문경엔 청화백자와 흰색이 더 도는 조선백자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7대째 장인의 맥을 고집하고 있는 영남요의 김정옥(63) 명장의 경우 민속백사기가 대대로 내려오는 가문의 비법이다. 작품 중 거의 대부분이 도자기에 아무 무늬가 없는 것도 특징이다. 다만 도자기에 그리는 포도그림이 집안의 내력. 얼핏 봐서는 도자기의 그림이 포도인줄은 모른다. 그러나 알갱이도 있고 줄기가 있고 잎사귀도 있다. 사기장으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김 명장은 "문경도자기는 전통재료를 사용해 전통적인 기법으로 그릇을 빚어 가장 전통적인 방법으로 구워낸다"며 문경도자기가 가장 한국적인 도자기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명장들의 작품을 어디서 어떻게 감상할까. 직접 이들이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도요지를 찾으면 된다. 문경지역의 대부분 도요지에서는 제작과정을 견학할 수 있다. 틈이 나면 도자기와 찻사발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운달산 아래에 자리잡은 문경요에서는 천한봉 명장과 딸 경희씨가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요즘은 이달 말 열리는 한국전통찻사발축제에 내놓을 작품을 만들기위해 여념이 없다. 천한봉 명장은 "관심이나 애정이 없으면 도자기도 보통의 그릇일 뿐"이라며 "도자기도 하나의 예술이며 그 바탕 위에서 도자기를 감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겉보기가 화려한 것보다는 민족성이 담긴 소박한 감각이 드는 도자기가 명품이라고 했다.
◇문경도자기전시관
도요지를 직접 찾기 어려우면 문경도자기전시관을 찾으면 된다. 유명 도예가의 작품을 전시해놓아 문경의 도예문화를 한눈에 보고 이해할 수 있다. 도자기전시실과 수장실, 도자기 전시 판매코너 등을 갖추고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도자기를 전시, 판매한다.
이곳이 인기있는 이유는 체험시설 때문이다. 지난해는 이곳에서 7천여명이 도자기체험을 했다. 대부분이 서울지역에서 오는 관광객들이다. 매주 수'토'일 체험을 할 수 있는데 연말까지 예약이 꽉 찼다. 다만 일요일 오후는 가족체험을 위해 비워둔 상태. 2시간 정도 소요되며 만든 작품은 전통가마인 망댕이가마에서 구워 택배로 보내준다. 체험료는 1회 1만 원(택배비 별도). 반드시 예약을 해야한다. 문의=054)550-6416. http://dojagi.mungyeong.net
◇한국전통찻사발축제
때마침 4월30일부터 5월8일까지 문경에서는 '제7회 한국전통찻사발축제'가 열린다. '전통도자기와 웰빙의 만남'이란 주제 아래 문경새재 입구에 있는 문경도자기전시관 인근에서 개최된다.
찻사발축제는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특히 많다. 문경도자기특별전시와 함께 일본, 중국, 대만, 독일 등의 도예작가 작품도 전시한다. 전국찻사발공모전에 출품된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도 또다른 재미다. 도자기빚기 무료체험과 천연염색 체험 등 체험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문의=054)550-6394(문경시청 문화관광과).
◇즐길거리
문경새재 만이 문경관광의 전부가 아니다. 문경은 볼거리, 즐길거리가 널려 있다. 대표적인 것이 철도자전거와 클레이사격이다. 지난 1년간 무료로 운영했던 철도자전거는 지난 3월29일부터 본격적으로 유료로 운행되고 있다. 어른 2명과 아이들이 함께 탈 수 있어 가족여행지로도 손색없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편.
철도자전거 1대당 3천 원으로 가격도 싸다. 철로자전거는 2개의 구간으로 운영된다. 진남역~구랑리역 구간과 진남역~불정역 등 2개구간으로 나눠 운행된다. 두 구간 모두 왕복 4㎞로 오르막에선 힘이 든다. 바로 옆에 고모산성과 경북 제1경이라는 진남교반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철로자전거 문의=054)550-6375. 이곳서 문경시내 쪽으로 조금만 가면 문경관광사격장이 나타난다. 스트레스 해소에 이만한 게 없다는 클레이사격을 할 수 있다. 1라운드 25발에 1만7천 원. 054)550-6446.
글·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사진·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사진: 문경도자기전시관 뒤쪽에 있는 문경지역의 전통가마인 '망댕이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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