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은 점점 따사롭고 개나리가 흐드러지기 시작하면서, 사방에서 축제가 열린다. 올해도 마라톤이 약방의 감초처럼 여러 행사에서 참가자들을 초대하고 있다.
마라톤대회라고는 아직 참석해 본 적이 없지만 지난 여름 경남 합천의 황강에서 열렸던 제 1회 수중마라톤대회는 참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합천에서 황강을 단장하여 수중마라톤을 연다는 소식이 고향 동네에서 들려오자 네 가족이 의기투합했다. 마침 아이들 체험을 위해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차였다.
토요일 저녁 고향 아지매댁에 도착한 우리는 짐을 풀고 "음메~" 소리에 귓등을 씻어가며, 손맛 푸근한 저녁을 먹었다. 아이들은 귀신이야기 속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쳤으며 어른들은 그동안 밀린 이야기들을 밤늦도록 나누었다. 개구리는 밤새 곁을 떠나지 않고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헤아렸다.
아이들이 모인 아침은 부산스러웠다. 일곱 살부터 6학년까지 남녀 넷씩의 아이들을 씻기고 먹이고 옷 입혀서 만국기 펄럭이는 황강 가에 도착했을 때는 마치 초등학교 때 운동회 같은 맘들로 설레기까지 했다.
아직 어린아이도 있는 데다 다들 처음 해 보는 수중마라톤이니 가장 초보자들이 하는 1㎞에 도전했다. 10㎞, 5㎞를 달리는 선수들이 출발한 후 출발을 준비하는 동안 아이고 어른이고 웃음이 그치질 않았다. 햇살은 따가운데, 정강이에서 살랑이는 시원한 물은 더위를 잊게 했다. 출발 신호에 따라 물놀이인지 마라톤인지 구분이 가질 않고 이내 마라톤대회는 한바탕 축제가 되었다. 즐겁고, 신나고, 덥고, 시원하고, 따갑고, 차가운데 귀에선 물 흐르는 소리, 물 위를 스치는 바람소리, 아이들의 환호성 소리, 어른들의 웃음소리, 음악소리, 안내 방송 소리들이 한데 어우러졌다.
순위와는 상관없이 걷고, 허둥거리며 뛰기도 했다. 사람은 급하고, 물방울은 튀어 오르며, 땅 짚고 헤엄치는 아이, 아빠 품에 매달린 아이, 엄마 아빠 사이에 손잡고 매달린 아이, 아예 물 속에 주저앉아 노는 아이….
경기를 마친 사람에게 주는 기념품을 받기 위해 또 장사진을 친 채 기다리는 것마저 즐거운 경험으로 살아났다. 그러고도 모자란 아이들은 경기장에서 조금 떨어진 황강 가에서 본격적인 물놀이를 시작했다. 맑은 물은 깊지 않았고, 모래사장은 놀기에 충분했다. 노을이 물들어 갈 무렵에서야 아이들은 힘을 다했는지, 진작에 마련해 둔 음식에 달려들어 게걸스레 한 그릇씩 비우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코까지 골며 신나는 하루를 마무리했다.
윤원숙(대구시 달서구 도원동)
사진: 황강 수중마라톤대회는 물놀이를 겸한 가족여행지로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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