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반죽해 그릇을 빚는다. 소박한 찻사발이다. 1천300℃의 고온을 견뎌낸 것만도 대견할 터. 도공은 사정없이 그릇에 망치질을 한다. 그릇을 깨는 도공의 마음은 자신을 깨는 것보다 더한 고통이다. 하나의 찻사발은 이런 고통을 겪고서야 빛을 본다. 탄생의 비밀을 알고 나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채 3%도 되지않는 성공률. 왜 90%의 성공률을 보장하는 가스가마 대신 97%의 실패가 분명한 장작가마를 고집할까. 도공은 한평생 그렇게 장인의 길을 걸어왔다. 고집스런 삶이 배어나온다. 한우물을 사는 삶이다. 때문에 문경 찻사발은 편리함만을 좇아 오락가락하는 현대인들의 삶을 비추는 프리즘이다.
찻사발을 보고 있으면 편안해진다. 볼수록 정겹다. 사치스럽지 않고 질박한 느낌. '내가 누구인데…'하는 과시도 없다.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화려함도 없다. 그저 꾸밈새 없이 있는 그대로인 막사발이다. 소박한 도공의 삶과 심성을 그대로 담았다. 자연스러운 미(美). 문경 찻사발의 맛이다.
문경으로 도자기를 찾아, 찻사발을 찾아, 장인을 찾아 자기 내면으로의 여행을 떠나보자. 찻사발은 우리들에게 일절 수식없이 간결하게 살라 한다. 순수하고 담백하게 살라 한다. 그래서 자기가 담는 세계보다 더 큰그릇이 되라 한다.
글·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사진·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사진: 사기장으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영남요의 김정옥 명장이 작업실에서 발물레를 돌리며 작품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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