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추병직 장관, 김태환 의원 질긴 인연

"친분 두텁지만 경쟁관계 될 사이"

추병직(秋秉直) 건설교통부 장관과 한나라당 김태환(金泰煥) 의원은 여러모로 닮았다.

같은 고향(구미 장천면)인데다 구미 오상중 동문이다.

연배로 따지면 김 의원이 6년 선배로, 김 의원은 오상중을 나와 서울로 유학, 경복고를 졸업했지만 추 장관은 오상고까지 나왔다.

오상중·고는 김 의원의 부친이자 5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동석(金東碩·작고)씨가 건립한 사학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7대 총선 당시 구미을 지역구에 같이 출마했다.

이 선거구는 당시 언론이 건교 차관 출신 '경제관료'와 금호아시아나그룹 상임고문 출신 '경제 전문가'라는, 경제인 끼리의 다툼으로 묘사할 만큼 관심을 끌었다.

또 8천여표차로 희비(김 의원 당선)가 갈렸지만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정에 함께 섰고, 근 1년 가까이 법원을 들락날락하며 마음을 졸였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지난달 31일 대구고법에서 열린 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공판에 나란히 출석, 벌금 80만 원을 선고받았다.

김 의원은 의원직이 유지됐고, 추 장관 역시 공직 재임용의 길을 텄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김 의원에 대한 판결문에서 "상대후보였던 추병직씨가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점도 감안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당장 추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은 국회에서 만나게 됐다.

4일 추 장관이 건교장관에 발탁되면서 국회 건교위원인 김 의원과 다시 조우하게 된 것. 일정대로라면 첫 대면은 오는 19일 건교위 전체회의에서다.

벌써부터 한나라당 의원들은 추 장관을 두고 "총선차출 보은(報恩) 인사"라며 공격할 태세다.

그러나 김 의원은 아예 질문을 않거나, 추 장관 개인신상에 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생각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서로 다른 위치에 섰지만 두 사람의 인연이 묘하다"며 "친분이 두텁지만 정치적인 입장때문에 언제든지 다시 경쟁관계로 돌아설 수 있는 사이"라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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