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인 광고창

지워도 지워도 "클릭" 유혹

성인사이트는 정말 '잡초'같은 존재다. 그 끈질긴 생명력에 기가 질릴 정도. 웹 서핑을 하다 어느 새 자신의 컴퓨터로 옮아온 성인 '광고창'을 경험했을 것이다. '화끈녀', '쭉쭉빵빵', '미시' 등 갖가지 자극적인 글귀에 나신으로 꽉 들어찬 광고판. 그 정보를 지우고 또 지워도 '클릭해 주오'라며 깜박거린다.

혹 실수로 클릭이라도 하는 경우엔 온 화면 가득 '벌건' 여인네의 알몸이 떠오른다. 한 번은 수십 개 사이트가 한꺼번에 열리는 바람에 컴퓨터가 다운되기도 했다. 마치 살아 있는 것 같다. 혼자면 다행이지만, 가족이라도 있는 자리에서 이런 일을 겪으면 낭패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성인사이트나 들락거리는 '패인'으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런 '낭패'가 성인사이트에 들어가 보고 당하면 말도 안한다. 공개된 게시판에 올라 온 글을 클릭한 죄밖에 없는데, 어느새 그 정보가 내 컴퓨터가 옮아오는 것이다. 교묘한 것이 정말 살아 움직이는 바이러스 같다.

최근 원로배우 트위스트 김(본명 김한섭)이 이 성인사이트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오죽했으면 투신자살까지 기도했을까. 그는 지난달 28일 투신하려고 주머니에 돌멩이를 가득 넣고 한강에 갔다. 다행히 가족이 미리 연락해 경찰이 쫙 깔려 있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지만, 안 그랬으면 한국영화사의 걸출한 캐릭터 한명을 잃을 뻔 했다.

그가 당한 일은 이렇다. 어느 날 그의 이름을 딴 성인사이트가 등장했다. "트위스트 김이 직접 입수한 야동(야한 동영상)" 등 광고로 인해 급격히 회원이 늘었다. 한때 그의 이름을 단 성인사이트가 27개나 됐다고 한다. 인터넷 검색사이트에서 '트위스트 김'을 치면 성인사이트가 주르륵 떴다.

그러다 보니 그가 직접 운영하는 것으로 오해한 이들로부터 인신공격에 가까운 전화가 쇄도했다. 미국에 있는 딸까지 교회에 나갈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하니 그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간다.

성인 콘텐츠에서 가장 잘 쓰는 수법이 유명인의 실명을 써 먹는 것이다. 지금도 '백지영'이란 이름은 천형처럼 그 그늘에 자리 잡고 있다. 또 '나영' '지현' 등 여배우의 실명을 연상시키는 이름도 많이 쓰이고 있다. 이런 여성의 이름으로 발신된 이메일을 대부분 받아보았을 것이다.

또 하나는 유명한 사이트와 비슷한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다. co.kr 과 com, net 등 사이트이름 뒤에 붙는 이름만 달리해 개설, 실수로 접속하는 이들을 성인 사이트로 몰아넣는 것이다. 유명 신문사의 경우 성인사이트를 운영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트위스트 김'의 경우 다소 뜬금없다. 그는 미모의 여성도 아닐 뿐더러, 현재 유명한 인사도 아니다. 왜 하필 '트위스트 김'일까. 그에게 어떤 아우라(남이 따라올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 것일까.

'트위스트 김'은 한 시대를 풍미한 '댄싱 히어로'다. 많은 여성 관객을 몰고 다닌 인기 캐릭터다. 감각적이고, 여성을 존중하며, 무엇보다 여성이 좋아하는 친숙한 이미지다. 이것은 30, 40대 남성들이 가진 '트위스트 김'에 대한 이미지이고, 그들은 바로 성인 사이트의 주고객이다.

그들에게 '트위스트 김이 입수한 정보'라는 말은 그 어떤 홍보문구보다 더 설득력 있게 작용된 것이다.

(에로영화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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