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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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도 환한 봄날 자벌레 한 마리가 호연정 대청마루를 자질하며 건너간다

우주의 넓이가 문득, 궁금했던 모양이다

봄날도 환한 봄날 자벌레 한 마리가 호연정 대청마루를 건너가다 돌아온다

그런데, 왜 돌아오나,

아마 다시 재나보다

이종문 '봄날도 환한 봄날'

우연한 일이었겠지요. 봄날도 환한 봄날 호연정 대청마루에서 한 마리 자벌레를 본 것은. 그런데 무심코 지나칠 법한 광경도 때로 시인의 눈길에 포착되면 섬세한 육화 과정 즉 '자벌레 한 마리의 우주 시학'을 이룩해냅니다.

모래 한 알 속에서 삼라만상을 읽는 일과 진배없겠지요. 자질하다 돌아오는 모습을 조심스레 살피면서, '아마 다시 재나보다'라고 혼잣말처럼 툭 내뱉는 뜻밖의 결구는 웃음을 절로 머금게 합니다

번뜩이는 재치이지요. 수월하게 읽히지만 결코 가볍지가 않고, 되풀이되는 부분이 잦음에도 말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언어로 우주를 들었다 놓았다 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이정환(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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