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추억속으로-삼월 삼짇날 세시풍속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 건너마을 젊은 처자 꽃 따러 오거든 /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가주'

우리가 즐겨 부르는 가곡 '봄이 오면'(김동환 작사 김동진 작곡)은 꽃놀이, 나비점치기, 쑥캐기, 진달래꽃 지짐이 등 삼짇날 풍속을 잘 그려낸 가장 한국적이며 아름다운 봄 노래 중 하나다.

봄을 알리는 명절, 삼짇날(음력 3월 3일)은 지금은 잊혀 가는 민속절이지만 옛날에는 다채로운 행사로 찬란한 새봄을 즐겼다.

경북과학대학 이영진(48) 박물관장은 "조상들은 이날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고 하며 뱀이 동면에서 깨어나 나오기 시작하는 날이라고도 했다"며 "경북지방에서는 뱀을 보면 운수가 좋다고 여겼고 흰나비를 보면 상(喪)을 당하고 호랑나비와 노랑나비를 보면 길하다고 점쳤다"고 말했다.

또 이날 장을 담그면 맛이 좋다고 하며 집안 수리를 했으며 농경제(農耕祭)를 올려 풍년을 기원하기도 했다.

잔치에 먹을거리가 빠질 리 만무하다.

가정에서는 여러가지 시절 음식을 장만하여 즐겼는데 대표적인 음식은 이름만으로도 풍류가 넘치는 꽃전(화전·花煎). 만발한 진달래꽃을 꺾어다 쌀가루에 반죽해 참기름을 발라 지져 먹는다.

또 녹두가루를 반죽해 익힌 뒤 가늘게 썰어 꿀을 타고 잣을 넣어 만든 화면(花麵)과 쑥떡을 나눠 먹었다.

어린아이들은 '각시놀음'을 하고 논다.

사내아이들은 물이 오른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피리를 만들어 불고 계집아이들은 물곳풀을 뜯어서 대나무 쪽에다 풀 끄트머리를 실로 매고, 머리를 땋아 가느다란 나무로 쪽을 찌고, 헝겊조각으로 대쪽에다 노랑저고리와 붉은 치마를 만들어 입혀 새각시 모양을 한 뒤 요와 이불·베개·병풍을 차린다.

삼짇날은 들판에 나가 꽃놀이를 하고 새 풀을 밟으며 봄을 즐기기 때문에 답청(踏靑·푸르름을 밟다)절이라고도 했으며 아낙들은 삼짇날 머리를 감으면 물결처럼 소담하고 아름다워진다고 해서 머리를 감기도 했다

삼월 삼짇날의 세시풍속은 신라부터 조선시대로 이어져 왔으나 언제부터인가 현대문명에 밀려나 잊힌 유물(?)로 전락된 채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져갔다.

칠곡문화원 장영복(66) 원장은 "삼짇날은 우리 전통의 봄 명절로 마을마다 조를 짜 산과 들의 물이 있는 곳을 찾아 하루를 즐겼다"며 "두견화주, 두견화전, 두견화채, 꽃국수 등은 별미 중의 별미였다"고 말했다.

칠곡문화원은 조상들이 지켜온 전통적인 풍습 보전을 위해 오는 9일 오후 1시 경북과학대학 박물관과 공동으로 '삼짇날-제비맞이 화전놀이 가족체험' 행사를 재현한다.

칠곡군 기산면 경북과학대학 전통문화체험학교에서 열리는 이날 행사에선 가족끼리 입소해 삼짇날의 유래에 대해 자세히 공부할 수 있다.

아울러 꽃잎따기와 봄나물을 캐는 '꽃다림 들놀이'와 예쁜 화전굽기 등 시절음식 조리체험, 우리민요 한가락 양산도 배우기, 신나는 풍물체험 가족사물놀이 등이 이어진다.

지난해 가족과 참가했던 김정호(41·대구시 달서구 용산동·교사)씨는 "삼짇날 제비맞이 화전놀이는 아이들이 사라져가는 전통 세시풍속을 체험할 수 있어 색다른 즐거움이었다"며 "올해도 꼭 참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칠곡문화원은 삼짇날 행사 외에도 정월 대보름, 단오절, 칠석날 등과 같은 전통문화 행사를 계절에 따라 재현할 방침이다.

참가신청은 9일까지 칠곡문화원(구 칠곡군민회관 1층)에서 접수하며 참가회비는 3인 가족 기준 1만 원. 30가족을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행사 당일 낮 12시40분까지 칠곡문화원에 집결하면 대형버스로 행사장까지 이동할 수 있다.

문의 054)974-0450.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사진: 삼월 삼짇날 대표적 음식으로 진달래 꽃을 이용한 화전놀이가 인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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