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물건을 파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1t 트럭을 몰며 10여 년째 과일행상을 하는 황하준(52)씨는 지난 2일 농수산물도매시장의 한 중도매인으로부터 오렌지를 산 뒤 낭패를 봤다.
그는 싸게 나온 물건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도매시장법인 ㅈ청과 내의 중도매인인 ㅇ상회에서 오렌지 72상자를 상자당 2만3천 원에 구입했다.
그러나 이를 파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오렌지가 먹을 수 없을 만큼 맛이 시고 질이 떨어진다며 항의하며 반품하는 일이 속출했다.
황씨는 6일 오전 ㅇ상회를 찾아가 항의했지만 관계자들로부터 20만 원과 함께 더 이상 책임질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는 "ㅇ상회에서 오렌지를 살 때 시장 내부가 밝지 않아 겉보기에 질이 크게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없었다"면서 "좀 무르다고 느끼긴 했지만 다른 소매상들도 많이 사갔고 맛도 좋다는 말을 믿고 물건을 받았는데 완전히 속은 셈"이라고 밝혔다.
ㅈ청과 측은 별 문제가 없는 상품이라고 했다.
관계자는"오렌지는 스페인산인데 질이 떨어지고 맛이 없어 시세보다 싼 가격이 매겨졌다"고 해명했다.
요즘 시세로 오렌지 한 상자(약 15㎏)가격은 대략 3만3천 원에서 4만 원 사이다.
황씨는 며칠째 일손을 놓았지만 이를 꼭 해결하고 싶다고 했다.
"요즘 같이 어려운 시절에 하루라도 일을 안 하면 손해가 크지만 이 문제는 꼭 짚고 넘어갈 겁니다.
"
한편 농수산물도매시장 관리사무소 관계자는"중도매인들이 판매하는 상품에 하자가 있을 경우 반품에 관한 별도 규정이 없어 그들에게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면서 "현재로선 중도매인 스스로 자신의 양심을 지키고 상도덕을 지키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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