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학교용지부담금

"90일 이내 불평·불만을 제기한 사람에겐 돈을 돌려주고, 그냥 아무 소리 없이 정부정책에 순응한 사람 돈은 꿀꺽 하겠다는 겁니까?"

아파트 계약자에게 학교 지을 땅을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학교용지부담금)을 부담토록 한 것이 위헌이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당연한 조치로 내 집을 구하는데 단 몇 푼이라도 절약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주택업체들도 아파트를 분양하는데 '호재(好材)'임에 틀림없다면서 모델하우스에 "학교용지부담금 없는 아파트"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판촉전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관할 구청과 시청, 교육청 등에 "'돈을 돌려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관할 당국은 고지서를 받고 90일 이내에 감사원에 심사청구하거나 지자체에 이의신청 한 사람들에게만 혜택을 준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위헌결정 효력을 소급적용치 않는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2001년부터 징수키 시작, 작년 말까지 거둔 학교용지부담금(아파트 분양가의 0.8%)은 4천392억 원. 이 중 3천232억 원을 썼다.

전체 납입 인원은 20만명이 넘지만 감사원에 심사청구한 사람들은 4만명에 780억 원 정도. 전국적으로 어림잡아 16만명 이상이 억울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은 정부가 시키는 대로 세금을 성실히 낸 사람들만 손해를 보는 단면을 또 한번 증명해 준 것이다.

정부는 서랍속의 관련 영수증을 찾아내 납부한 학교용지부담금을 환급받을 궁리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법조문만 들이댈 것이 아니라 성실한 납세자를 구제하기 위한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더이상 성실한 납세자를 '바보'로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

또 현재 주택사업자에게 물리고 있는 학교용지부담금에 대해서도 합당한 지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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