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렇게 살아요-서울 문경학사

"'서울 속 聞慶' 고향같아 공부도 잘되죠"

서울시 강북구 수유리 수유중에서 큰 길 건너 50여m쯤 골목길을 올라가면 '재단법인 소촌(素村)장학회 문경 학사'란 나무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2001년 초, 지상 3층 지하 1층의 이 건물을 지으려 할 때 인근 주민들은 문경학사 확장신축을 거세게 항의 했었다.

학생들이 밤낮 없이 술을 먹고 골목에서 싸움질이라도 하면 자녀교육은 물론 동네분위기가 험악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우여곡절끝에 건물이 완공돼 2002년 2학기부터 30여명 문경출신 대학생들이 입주를 했고, 3년이 지난 지금은 동네 주민들 모두 의아해 하고 있다. 60명의 대학생이 드나들지만 너무도 조용한데다 밤 늦게까지 불빛이 꺼지지 않는 도서관 풍경이 동네학생들에게 좋은 자극이 되고 있기 때문.

특히 최근 건물 외벽에 '천헌주 제46회 사법시험합격 축하' 현수막이 걸려 동네 주민들은 자신들의 일인 냥 즐거워하고 있다는 것. 1998년 문경 학사가 처음 문을 열때 아들이 이곳에 입주하면서 함께 따라왔던 임점윤(55·문경시 모전동)씨는 7년째 학생들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임씨의 주된 일과는 학생들이 먹을 식단마련. 전문 영양사가 짠 식단표에 맞춰 음식재료를 인근 시장에서 보기도 하지만 쌀, 된장, 고추장, 간장, 고춧가루, 참기름, 마늘, 쇠고기 등은 모두 문경에서 가져 온다.

문경 학사는 한번 입주하면 4년 동안 전액 무료다. 대학원에 진학하면 6년까지 이곳에 머물수 있고, 또 군입대를 하면 제대 후 다시 입소해 공부할 수 있다.

문경학사 입주생들은 엄격한 '학사생활수칙'을 지켜야 한다. 음주, 폭행, 도박, 고성방가, 소란, 기물파손, 흡연은 금물이고 자정까지 귀가하고 식사시간도 지켜야 한다. 흡연 1점, 고성방가, 소란, 무단외박 2점, 음주, 폭행 5점 등으로 10점 벌점이 되면 강제 퇴사를 당한다. 지금까지 400여명의 입주생 가운데 3명이 퇴사당하기도 했다.

1999년부터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이영자(57·문경시 점촌동)씨는 "대학 졸업 후 은행, 회사 등 직장에 취직해서도 틈만 나면 이곳에 달려와 후배들을 격려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다. 학생들이 군대 휴가 때도 이곳에 와서 고향 선·후배들과 정을 나누고 간다"며 흐뭇해 했다.

문경학사에는 2003년 신기 산우회(초대회장· 현영희) 30여명이 3차례에 걸쳐 1천284권의 각종 도서를 보내 와 공부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박석훈(21·고려대 법대)군은 "그동안 고향에 대한 특별한 느낌이 없었는데 이곳에서 공부하면서 애향심이 뭔가를 생각하게 됐다."라고 했다.

박춘석(21·국민대 경영학), 김성일(21·중앙대 체육학), 백승진(22·서울교대)군은 "문경 학사를 건립해 연간 2억 원 이상 사비를 들여 지원해주는 박인원(문경시장) 할아버지께 고마움을 전해달라"고 했다.

문경· 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