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을 사치품으로만 여기는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장롱 깊숙이 숨겨진 다이아몬드는 그냥 값비싼 돌일 뿐입니다. 일상의 삶을 반짝이게 해 줄 때 보석으로서의 의미가 있습니다" '보석 디자이너라면 생활이 화려할 것 같다'는 첫 질문에 대한 주얼리 디자이너 최우현(43)씨의 대답이다. 보석 역시 옷처럼 삶에 필요한 장신구라며 부의 상징보다는 실용적 가치에 의미가 있다는 게 그의 보석관이다. 그래선지 강남 대치동의 오피스텔에 차려진 그의 사무실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명품을 본딴 이미테이션은 디자인에 따라 비싸게 사고 팔지만 보석은 중량으로만 값을 따지는 것도 보석을 사치품으로 여기는 풍토 탓이라고 본다. 국내 항공사에 그가 납품하는 몇만원짜리 목걸이에는 아주 작은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다. 물론 다이아몬드 값도 아주 싸다. "값이 싸고 작지만 그래도 다이아몬드 아닙니까. 값비싼 보석만 보석이 아닙니다. 천연보석 중에는 몇 천원짜리도 있습니다.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중요합니다"
우리의 결혼 예물문화도 마뜩치 않다. 특별한 날에 특별히 전달되는 보석을 몇일만에 사서 주는 예물문화는 자손 대대로 이어주는 우리 전통과도 맞지 않다고 한다. 그보다는 특별한 날에 어울리는 의미가 있는 보석을 선물하는 게 주고 받는 기쁨을 더욱 크게 할 거라고 권한다. 생일에 맞는 탄생석을 전달한다거나, 건강을 따져 그에 좋은 기운을 주는 보석을 선물하는 게 사랑을 더욱 다진다고 믿는다.
"값만 따진다면 보석은 그 자체로 국력입니다. 보석에 높은 수입관세를 물리는 것은 오히려 국가적인 손해입니다" 세금 때문에 보석시장은 밀수가 끊이지 않고 음성거래가 주를 이룬다고 본다. 어쩌다 국회의원이라도 만날 때면 늘상 세금을 낮춰라고 하지만 돌아서면 묵묵부답이다. 음성적인 거래가 많다보니 외국보다 우리 보석 값이 오히려 싼 현상도 빚어진다.
디자이너로서의 본업말고도 각종 강의를 다니느라 바쁘다. 재교육 프로그램 강사로도 나가고 사람들과 접촉이 많은 보험 설계사에서부터 잘나가는 전문경영인들이 그의 강의를 즐겨 찾는다. 모교인 홍익대 등 몇몇 대학에 강의도 맡고 있다. 그의 보석 관련 강의는 인기가 좋단다. 수강생들이 보석에 대한 선입견을 바로 잡아 가는 재미를 느낀단다.
세계의 흐름을 익히기 위해 매년 그가 유학했던 이태리를 찾아간다. 옷이나 머리 스타일과도 맞춰야 하는 보석의 특성상 유행과 흐름을 따라가지 않으면 디자이너로서 생명이 끝이라고 여긴다. 지난해말 펴낸 '보석 이야기' 저서는 입소문을 타고 꽤나 팔려 나갔다.
대구 토박이로 정화여고를 나와 홍익대 미대를 졸업했다. 이태리 피렌체의 귀금속 공예학교와 밀라노의 패션 주얼리 전문과정을 마쳤다. 보석전시회가 귀한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14번 개인전을 가졌다. 개인 보석전시회로서는 세계적인 기록이라 기네스북에 올려볼까 생각 중이다. 얼마전에는 대구에서 전시회를 가졌고 내달 서울에서 다시 전시회를 할 계획이다. 여성경제인연합회 주관으로 60시간 창업 강좌도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 내내 울려지는 맑고 또렷한 그의 목소리도 보석처럼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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