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일본의 과거사 처리문제와 관련, "침략과 가해의 과거를 영광으로 생각하는 사람들과 함께 산다는 것은 전 세계에 큰 불행"이라고 강조했다고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이 8일 보도했다.
FAZ는 독일 방문을 앞둔 노 대통령과 서울에서 가진 인터뷰 기사를 이 날짜 1면과 5면에 할애, "일본의 태도는 인류사회가 함께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와 맞지 않는다"며 이같이 강조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또 "근본 문제는 일본인들이 과거의 침략전쟁을 왜곡미화하고 정당화하려 한다는 것이며 일본이 몇 차례 사과한 것은 사실이나 최근 이러한 사과를 백지화하는 행동을 보였다"면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한국은 물론 중국에게도 대단한 모욕을 가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독일의 과거사 정리와 통일에 대해 노 대통령은 "독일이 어떻게든 과거를 스스로 극복하고 과거사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이웃 나라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이런 과정에서 생겨나는 국내에서의 긴장을 극복해 나가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FAZ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식민지배와 군국주의에서 기인하는 한일 간 위기가 최고조인 가운데 독일을 방문하는 노 대통령이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독일을 칭찬한 것은 일본에 대한 단호한 비판과 대조된다고 지적하면서 독일과 프랑스 간 화해와 유럽 통합의 과정에 찬사를 보내면서 동북아지역에서 이런 구조가 결핍된 것을 간접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노 대통령은 북한의 핵보유 선언에 대해 "대단히 전략적인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판단의 기초로 삼을 수는 없다"면서 "우리의 협상전략을 위해 우리 입장을 명백하게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노 대통령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회담을 제의해올 경우 언제 어디서든 그와 만날 용의가 있다"면서 "만약 성사가 되면 그 주제는 북핵문제로 집중될 수밖에 없고, 미국과 근본적으로 다른 어떤 입장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다만 "남북정상회담은 원칙적으로 열려 있지만 현단계에선 북한이 이런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먼저 회담을 제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문제와 관련, 노 대통령은 "독일 통일은 축복받은 일"이라며 "다만 우리는 남북 간에 생활수준의 격차가 크고, 이런 불균형에서 생겨나는 갈등과 사회적 분열을 해소하기 위해선 상당한 역량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독일과 같은 방식의 통일은 그대로 반복될 수 없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한반도는 보다 점진적이고 장기간에 걸친 과정을 필요로 한다"고 전제, "대통령 취임후 한반도에서의 조속한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어떤 일괄적 정책도 제시하지 않았고 조속한 통일을 실현하고 싶다는 말조차 꺼내지 않았다"면서 "이는 통일을 반대해서가 아니라 통일을 자주 말할수록 통일은 더욱 어려워진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남북통일 문제에 대해 "우리의 통일정책에서 첫 단계는 '남북한 연합'으로 유럽연합(EU)에서의 국가 간의 관계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아직은 그런 시기가 오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안정된 평화구조가 어떤 관념적인 통일 계획보다 더 중요하다고 본다"면서 "우리가 통일로 가기 위해서는 이것은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밝혔다.
6자회담과 관련, 노 대통령은 "지금은 미국에 대해 무슨 새로운 양보를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며, 북한이 우선 정체상태에 있는 6자회담 테이블로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 측에 여러 차례 북한에서의 정권교체를 하려 하거나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넘어서는 발언을 하지 말도록 권고했고, 미국 측은 이런 권고에 귀를 기울였고 결국 지난 2003년 초보다는 훨씬 유연한 태도를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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