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할인점과 코디네이트

아침 일찍 부산행 기차에 올랐다.

부산에 있는 대형할인점에 코디(코디네이트) 작업하러 가기 위해서다

많은 사람이 디스플레이는 백화점 같은 고급점의 전유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대형할인점에 코디하러 다닌다고 하면 의아해 하는 눈빛으로 묻곤 한다.

"그곳에 가서 무얼하죠? 그런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나요?"

그도 그럴 것이 일반적인 대형할인점의 형태는 창고형의 느낌과 싼 물건을 대량으로 파는 곳이라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할인점이라는 단어가 생소했던 초창기의 할인점은 매장도 창고 형태이고, 시설도 뒤떨어졌지만 최근엔 할인점도 눈에 띄게 달라져 시설이나 서비스가 백화점 수준에 육박했다.

또 연출을 해야 하는 공간도 마련돼 코디네이터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면서 이런 발전이 가져오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처음 대형할인점에서 일할 때 작업을 하고 있으면 점원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고객들이 상품에 대해 묻다가 "아~코디네이터구나" 라는 말을 먼저 하는 걸 보면 '이젠 제법 익숙해졌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직도 생소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고개를 들어서 선반 위를 한 번 보세요" 라고 말한다.

백화점처럼 브랜드 또는 각 층의 대표적인 공간이 형성되어 있는 건 아니지만 대형할인점은 상품이 놓여져 있는 곳의 상단 선반에 대표적인 상품을 놓는다

어떤 상품을 구매하려는 고객에게 선택의 기준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연출 공간이 선반의 상단이기 때문에 마트에서 작업할 때는 사다리가 필수이다.

이제 고객은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상품을 고른다.

할인점으로 쇼핑을 간다면 그동안 무심코 보았던 선반 위를 다시 한번 유심히 지켜보기 바란다.

멋의 요소를 활용한 상상력 넘치는 상품 정보와 메시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코디네이터 송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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