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비롯한 국보·보물 등 국가·지방 문화재가 산재한 해인사는 안전한가?'
지난 4일 강원도 양양의 대형 화재로 천년 고찰 낙산사가 한 순간 화마에 휩싸여 잿더미로 변하고 '낙산사 동종' 등 문화유산이 소실되자 수많은 문화재를 간직한 경남 합천군 가야면 치인리 조계종 제12교구 본사 해인사(주지 현응 스님)에도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국립공원 가야산의 해인사는 산문(山門)을 연 지 1200여 년이나 된 천년 고찰. 총 27점의 국가·지방지정 유형 문화재에다 사찰 일대가 명승 및 사적 제5호로 지정돼 있다.
국보로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장경판전(제52호)과 대장경판(제32호) 등 3점, 보물은 석조여래입상과 목조희랑대사상 등 9점이 있으며 중요문화재 자료인 광해군 내의 및 상궁 옷을 보관하고 있다.
또 대적광전과 비로자나삼존불, 삼층석탑, 석등 등 지방문화재 8점과 괘불 등 미지정 유물 70여 점이 보존돼 있다
그러나 대장경판전 등 부동산 문화재는 대형화재에 속수무책이다.
특히 총 8만1천258장의 대장경판 경우 어디로 어떻게 옮겨 안전하게 보존해야 할지가 고민거리.
화재에 대비한 시설이라야 경내에 비치된 소화기 36개와 소화전 12개가 고작이다.
게다가 화재로부터 가장 취약한 대장경판전과 대장경판을 지키기 위한 소화전은 단 4곳뿐. 소방출장소 역시 2km 떨어진 곳에 있고 중형소방차(2천800ℓ) 1대와 1일 근무자 1명만 있다.
화재 발생 때 출동시간도 7~10분 걸려 조기진화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또한, 소화전은 지난 1982년 설치된 낡은 것이다.
사찰 측은 이와 관련, 분기별로 실시하는 각 암자 스님들의 자체 소방훈련과 민·관 합동훈련 등을 강화할 방침이다.
해인소방출장소 김명환(40) 소방장은 "초기진화를 위해선 자동가스 소화설비 설치 등 첨단 장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기상(53) 합천군 문화재 전문위원은 "노후한 소화전 시설교체 등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고 대장경 보존실장 남일 스님은 "낙산사와 문화재가 불타는 것을 보고 가슴이 내려앉았다"며 "정부와 종단이 힘을 합쳐 화재에 대한 치밀한 대책을 마련해야 이번 같은 재앙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사진: 지난 달 해인사 구광루 앞 광장에서 실시한 사찰과 문화재를
화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민·관 합동소방훈련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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