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 조류독감 지원요청·헬기 DMZ진입 허용

잇단 대남 유화자세…남북관계 장기경색 돌파구 가능성

북한이 8일 조류독감 퇴치에 필요한 장비와 약품의 제공을 우리측에 공식으로 요청한 데 이어, 고성산불 진화를 위해 우리 군당국이 유엔사를 통해 요청한 소방헬기의 비무장지대(DMZ)내 진입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고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 불허와 탈북자 집단입국 사태 이후 장기간 경색된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특히 정부는 군사적으로 민감한 DMZ인데도 불구, 북한이 우리측의 요청을 즉시 받아들여 소방헬기의 진입을 허용한 것을 상당히 '전향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산림청 소속 대형헬기 2대는 이날 오후 5시 52분께 군사분계선(MDL) 남측 비무장지대내 산불 현장에 분단 이후 처음으로 투입됐으며, 군 당국 등은 DMZ내 2곳에 소규모의 불길이 남아 있어 일몰 전에 진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북한은 고성지역 DMZ내에서 발생한 산불이 설악산 지역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한 우리 군당국이 유엔사를 통해 소방헬기 진입을 요청한 데 대해, 8일 오후 1시 30분께 헬기 진입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전화통지문을 보내왔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이와 함께 북측은 산불진화 작업에 동원된 인원과 소방장비들이 MDL을 넘지 않도록 대책을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유엔사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이날 오전 유엔사 군정위 비서장 명의로 대북 전화통지문을 보내 필요시 남측 소방헬기를 DMZ에 투입하는 계획을 북측과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NSC(국가안전보장회의) 관계자는 이와 관련, "DMZ는 충돌, 긴장, 대립의 공간으로 북한의 이번 조치는 그런 개념에서 벗어난다는 점에서 새로운 호혜적 전례와 사례를 만든 것"이라며 "남북관계에 상당히 의미있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20일 강원도 저진 동북방 160마일 해상에서 파이오니아나야침몰사고 당시 남북연락관 접촉을 통해 해경 경비함은 물론 해경 초계기까지 북한해역을 통과해 해난구조 활동을 벌인 바 있다.

이에 앞서 북한 국가수의방역위원회는 이날 남측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앞으로 전화통지문을 보내 북한 조류독감이 지난 2월 25일 발생했고, 원인은 인체에 감염되지 않는 H7 바이러스로 밝혀졌으며, 병에 걸렸거나 의심되는 닭 21만여 마리를 모두 매몰 처리했다고 밝히고, 우리 측에 필요한 장비와 약품을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정부 당국자는 "관련부처 협의를 통해 북측이 요청한 사항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북측의 이번 조치는 남측에서 조류독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제공을 요구하고 구체적인 지원의사를 타진한 데 대한 답을 보내온 것으로 평가한다" 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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