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맛이 묻어나는 금요장터...'
8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문화예술회관 앞 도로. 오전 7시부터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한 상인들은 '운수좋은 날'을 기대하며 개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8시. 대구시와 대구사랑시민회의(YMCA) 직원들이 이들에게 무작위 추첨을 통해 번호순대로 2평 남짓한 상점를 배정했다.
오전 10시가 되자 시끌벅적한 시골장터로 변했다. 곳곳에서 '골라 골라 500원, 1천원', '아지메! 함 보이소!' 등 구수한 입담과 함께 '차비만큼 깎아주소!', '아따! 좀 더 쓰이소!' 흥정으로 왁자했다. 1천여명의 시민들이 몰려와 이곳저곳을 돌며 필요한 물건들을 샀다.
장인, 장모, 아내, 처제 등 일가족을 동원해 알뜰장터로 나온 배기상(36.중구 성내동)씨는 "친가·외가 일곱 가정에서 쓰지 않는 물건들을 모아 가져왔다"며 "4년전부터 장터에 나오기 시작했는데 사고 파는 재미가 쏠쏠해 매주 금요일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이날 배씨는 어머니가 사용하던 오래된 재봉틀을 3만원에 팔아 모두 50만원 정도의 매상을 올렸다.
장사를 처음 해본다는 주부 금경희(37.달성군 화원읍)씨는 자녀들이 쓰던 장난감과 학용품, 명절에 친척들이 보내준 헌 옷 등을 가져와 팔면서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5년전 일자리를 잃었다는 황기운(44.남구 봉덕동)씨는 알뜰장터가 삶의 터전이 됐다. 황씨는 "아끼던 물건들까지 몽땅 가져와 팔고 있는데 가격흥정을 할 때 제일 신난다"고 웃었다.
손님들도 각양각색이다. 노숙자들로부터 알뜰 주부, 물물교환의 옛 정취를 느끼기 위해 나온 이들도 눈에 띄었다. 노숙자 김판돌(가명.48)씨는 10켤레에 2천원인 양말을 고르다 가진게 1천400원밖에 없다며 7켤레만 달라고 사정했다. 주인도 흔쾌히 응했다.
가죽장갑을 3천원에 샀다는 박노화(49.남구 대명동)씨는 "없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좋은 시장 "이라고 했다. 백화점이나 시장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살갑고 따뜻한 풍경들이 잇따라 연출됐다. 도로 200여m에 길게 늘어서 있는 시장에는 '장터 지킴이'도 있었다. 이들은 대구사랑나눔장터 질서봉사단으로 10여명의 북파공작원(HID) 특수임무동지회 및 월남참전동지회 회원들로 주차계도 및 소동제지 등을 임무로 하고 있다.
그렇지만 전문 장사꾼들이 알뜰장터 분위기를 흐려놓는 등 부작용도 없지 않았다. 이들은 전체 장터 상인들의 20∼30%정도나 되고 하자품이나 재고품, 또는 값싼 중국산 제품을 팔아 주변의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대구사랑나눔장터 운영본부는 이들을 단속하고 있었지만 적발해 퇴출시키기는 쉽지 않았다.
대구시 자치행정과 류영수 담당은 "1996년부터 시작된 알뜰장터는 서민들의 사는 모습 그대로를 담아내고 있다"며 "원래 취지에 맞도록 관리해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소중한 장터로 꾸려가겠다"고 밝혔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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