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저상버스 취지는 좋은데 도로와 안맞네

지난달 26일부터 대구에서 시범 운행중인 저상버스.

산뜻한 노란색 손잡이에 알록달록한 좌석 30개, 휠체어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있는 '멋쟁이' 버스가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무엇보다 출입문이 낮아 장애인, 노약자들이 이용하기에 편리하다.그러나 하루종일 저상버스를 타고 다녀보니 대구의 교통여건이 도대체 버스의 장점을 제대로 살릴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저상버스가 뭐지?

8일 오후 북구 검단동 종합유통단지 인근 종점에서 출발한 305번 버스는 계명대 성서캠퍼스를 향해 달렸다.임숙이(67.여) 할머니는 "평소 관절염으로 계단을 오르기 불편했는데 문턱이 낮아 좋다"고 했다.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 김진곤(53.가명)씨는 "예전 같으면 버스를 이용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제 버스기사나 주위 사람들이 내가 버스에 올라 자리를 잡기까지 조금만 신경을 써 주면 돼 즐겁다"고 말했다.

버튼 오토방식으로 기어를 변속해 일반버스와 달리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것도 좋았다. 버스 기사 최한용(59)씨는 "운행시간에 쫓기긴 하지만 장애인과 노약자들이 만족해 할때 보람을 느낀다"면서 "이 버스가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에 단 1대 뿐인 저상버스는 일반버스(7∼8천만원)에 비해 비싼 1억8천여만원이나 된다. 세진교통 김용구(52) 총무부장은 "홍보 부족으로 장애인이 하루 2∼3명 정도 이용하는데 그치고 있지만 앞으로는 점차 늘어날 것"이라면서 "전화(053-812-2812)하면 버스의 노선과 배차시간표를 알려주고 있다"고 했다.

◇이대로 만족할 수 있나?

승객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저상버스의 구조·운영상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버스 기사들은 "일반 버스보다 1.5m 정도 긴 11.99m로 고속버스의 길이와 비슷한데 도로 폭이 좁은 곳에서 회전하기 어렵고 오르막 경사가 심하거나 노면이 고르지 못한 곳을 다니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승객 김은영(25.여)씨는 "출입문이 크게 되어 있어 손님이 만원일 경우 문 부근에 타면 문을 여닫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기사들은 인도에 20㎝까지 차를 붙여야 경사판을 내려 장애인이 오르내릴 수 있지만 현재 교통여건으론 인도에 차량을 접근시키는 것 자체가 여의치 않다고 했다. 장애인의 버스 이용을 방해하는 갓길 불법주차와 낮은 차체로 인해 경사가 급하거나 과속방지턱이 높은 도로 등을 다니기 힘든 것도 문제였다.

대구장애인연맹 윤삼호 정책부장은 "갓길 불법주차가 만연돼 있는데다 버스 승강장에는 각종 구조물이 설치돼 있어 휠체어가 버스에 접근하는 자체가 힘든 실정"이라며 "광주시처럼 버스승강장 부근을 '레드존'으로 지정, 그 구역 내에 버스 이외의 차량이 진입하면 강력 단속하는 등 도로 여건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버스동호회 '인투버스'의 김은수(20)씨는 "출입문을 여닫는 사이에 손이 끼일 수 있으므로 칸막이 등으로 막아줄 필요가 있다"면서 "뒷바퀴의 서스펜션이 튀어나와 있고 차체가 낮아 긁히기 쉬우므로 운행구간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올 하반기까지 6대를 추가 운영하는 등 2013년까지 170대의 저상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시 대중교통과 최삼룡 버스운영담당은 "저상버스 시범운영한 후 드러난 문제점을 하나씩 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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