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가 7, 80년대에는 권력과 정치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지만 90년대 이후는 한참 달라졌다. 잘 나가는 스타 한명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대구·경북출신 연예인 들의 수준만 봐도 이같은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언제부터 이런 스타의 고향이 됐나 싶을 정도다. 잘 키운 스타 한명이 지역을 대표하는 시대도 멀지않은 것 같다.
대구출신의 대표적 스타는 역시 국민배우 안성기(53)씨다. 영화 기획과 제작에 종사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글도 배우기 전 영화에 출연했다. 5세때인 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가 첫 출연작이다. 학업과 군복무로 몇 년을 보낸 후,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 날'로 재기에 성공했다. 80년대 이후는 조금 과장하면 안성기가 나오지 않은 영화는 영화도 아니었다. 이후 그의 출연작과 경력을 살펴보면 한국 영화사에 독보적 존재로서 손색이 없다. 착실한 자기 관리로 데뷔 40년이 넘도록 장수하는 성실한 배우로도 자리매김됐다.
중견 연기자로는 오지명(66), 반효정(63)씨 등을 꼽을 수 있다. 오씨는 시트콤 '오박사네 사람들' '순풍산부인과' 등에서의 코믹연기로 사랑을 받고 있다. 대구상고와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 당시로는 보기드문 엘리트 배우였다. 고교 시절 자신의 표현대로 하면 '짱'이었던 탓인지 6, 70년대에는 액션 배우로 통했다. 지난해에는 영화 '까불지마'의 각본과 감독,주연 등 1인3역을 해 전성기 액션영화를 재연하기도 했다.
반씨는 대구 제일여중을 나온 뒤 서울로 유학해서 풍문여고와 서울예대를 졸업했다. 64년 KBS 4기 탤런트로 데뷔, 단역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완벽한 경상도 사투리로 극의 맛을 살리는데 없어서는 안될 연기자 중 한사람이 됐다. 지난 87년 방영됐던 드라마 '토지'에서 윤씨 부인역을 맡아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코미디언 겸 MC였던 서세원(50)씨도 충북출신으로 토박이는 아니지만 초등학교를 안동과 김천에서 나온 지역 사람이다. 개그맨 시절 '토끼이빨'로 우리를 웃기고 토크쇼 '서세원 쇼'를 진행하면서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연예기획사 사장으로 변신한 후 연예계 비리사건으로 불운을 겪었다. 지난해 영화 '도마 안중근'을 제작해 재기를 노렸으나 흥행에 실패했다.
40대의 대표적 배우로는 대구출신 박상원(46)씨를 들 수 있다. MBC드라마 인간극장의 '장총찬'으로 스타덤에 오른 후 굵직한 드라마에 주로 출연해온 주연급이다.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그대 그리고 나' '대망' 등의 출연작이 있다. 미국 메이저리거 박찬호와 의형제를 맺고 있고 엑스포 홍보대사도 역임했으며 지금은 서경대 연극영화과 겸임교수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분야 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 총선때는 열린우리당의 영입대상에 올랐으나 본인이 고사했다.
김천출신의 배우겸 탤런트인 최란(45)씨는 지난 79년 미스춘향으로 데뷔했다. 농구스타 이충희씨 부인으로도 유명하다. 중앙대와 서강대 대학원을 나와 현재는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를 겸하고 있다. 최씨는 후배 송윤아(31)씨와의 특별한 인연이 자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95년 KBS 슈퍼탤런트선발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송씨를 최씨가 연기자의 길로 인도해줬기 때문이다.
김한길 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부인이기도 한 최명길(43)씨도 대구출신이다. MBC탤런트 공채 13기로 뽑혀 연기자의 길로 들어선 최씨는 지난 86년 이영하씨와 함께 출연한 영화 '안개기둥'으로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타면서 일약 유명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이후 라디오 프로그램 '최명길의 음악살롱' '음악이 있는 곳에' 등의 진행을 보다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명성왕후' '용의 눈물' 등에서의 열연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으며 이지적이고 우아한 분위기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영화배우 박중훈(39)씨는 경북 청도가 고향으로 작은 아버지와 고모, 할아버지 등 일가 친척이 모두 대구에 산다. 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한 첫 해에 대종상 신인상을 수상한 이래 일련의 '박중훈표 코미디' 영화로 각광받았고 '게임의 법칙'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 액션물과 '세이 예스' 등 공포 스릴러물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뉴욕대 대학원에서 연기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지난해 말 헐리웃에도 진출, 국내 배우중 헐리웃 진출 1호가 됐다. 탤런트 류시원(34)씨는 안동 하회마을에 본가가 있다. 지난 99년에는 이곳에서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을 영접하기도 했다. 94년 KBS 특채로 데뷔해 96년 연기대상 남자신인상을 받은후 스타덤에 올라 각종 드라마와 CF에서 단골로 출연하고 있다.
신예들의 활약상도 돋보이고 있다. 개그맨 김제동(31)씨는 대표적 토종 연예인이다. 영천출신으로 달성고와 계명문화대를 나온 김씨는 개그맨이 되기전 대구시내 대학축제 전문 MC로 활동했다. 윤도현 밴드 대구공연을 계기로 재능과 끼를 인정받아 서울로 진출, 현재는 소위 잘나가는 개그맨으로 자리잡았다.
탤런트 손태영(25)씨와 영화배우 손예진(23)씨는 요즘 뜨고 있는 신세대 스타다. 손태영씨는 대구 내당초, 구남여중, 경북여고를 나왔다. 그는 언니가 다니던 대구의 한 미용실 원장이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가라고 추천한 것이 연예계 데뷔 계기가 됐다. 언니인 혜임씨도 99년 미스 한국일보로 선발됐다. 지금은 각종 패션쇼에 단골로 출연해 모델로도 주가를 올리고 있다.
대구수성초, 범물여중, 정화여고를 나온 손예진씨는 본명이 손언진이다. 영화 '취화선'으로 데뷔해 클래식 등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톱스타다. 작년에는 중국의 스타 장쯔이와 함께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샤넬'로부터 아시아를 대표하는 여배우로 선정되기도 했다.
탤런트 겸 영화배우 엄지원(28)씨는 대구 효성여고와 경북대를 나왔다. 98년 대구방송 리포터로 데뷔했던 엄씨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연급 배역을 맡은 것은 얼마되지 않지만 스타급 연기자로 주목받고 있다. 스릴러 영화인 '주홍글씨' 출연이후 영화에 전념하고 있다.
방송3사 MC로 활동하고 있는 서민정(26)씨는 공직에 있는 아버지 탓에 일찍 서울로 올라왔다. 이화여대 법학과에 재학중인 재원이지만 '절대 음감'으로 통하는 음치 연기로 인기를 모아 한때 인터넷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개그우먼 김효진(29)씨는 대구 남산여고 출신으로 95년 MBC 개그 프로그램으로 데뷔했다. 개그활동과 함께 연기겸업도 나서 드라마에 코믹한 맛을 더해주는 감초역을 하고 있다.
가수 김태욱(36)씨는 영남고 출신으로 탤런트 채시라 남편으로 더 유명하다. 가수활동이 뜸한 대신 겸업으로 서울 강남에서 웨딩 사업을 하고 있다. 가수 양파(26)는 본명이 이은진으로 97년 데뷔후 99년 소속사와의 마찰때문에 잠시 가수활동을 중단했다가 지난해 활동을 재개해 재기를 다짐하고 있다. 또 가수 최재훈(대구에서 났지만 학교는 서울 신림중, 영락고)·강현수(본명 이상진, 대륜고)씨, 모델 이선진(대구정보관광고)씨 등이 대구출신으로 꼽힌다.
그룹 GOD 멤버인 김태우(24)씨는 구미 출신으로 현곡초.중학교를 나온후 서울로 올라왔다. 가수가 꿈이었던 김씨는 유명댄스 가수로 당시 GOD 창단을 준비하고 있던 박진영씨에게 자신의 테이프를 보내 꿈을 이뤘다. 멤버들 중 마지막으로 합류해 보컬로 활동중이다. HOT의 장우혁씨와 가수 쏘냐도 구미출신이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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