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日記 쓰기

글쓰기를 일기로 시작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기 쓰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반복되는 생활에서 무엇을 쓸 지가 우선 고민거리다. 그러다 어느틈에 일기 쓰기는 성가신 일로 변하고 나이가 들면서 멀어지게 마련이다. 큰 마음 먹고 다시 써보려 하지만 작심삼일이 되곤 한다. 글 쓰기도 귀찮은 일인 데다 감정을 글로 남기는 일 또한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삶을 진솔하게 기록한 몇몇 일기는 어떤 문학작품보다 많은 독자를 가진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한다.

◇ 일기를 보관하는 일도 쉽지 않다. 아무데나 그냥 두기란 영 그렇다. 누구에게도 드러내고 싶지 않은 감정을 기록한 일기일수록 더욱 그렇다. 부모 형제는 물론 아내 남편에게도 감추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이런 심정이야 어린이나 어른이 따로 없다. 일기를 훔쳐 본 뒤 갈등을 일으키는 상황은 방송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소재일 정도다.

◇ 국가인권위가 초등학교에서의 일기장 검사 관행이 헌법에 보장된 사생활의 비밀과 양심의 자유 등 아동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검사를 염두에 두고 일기를 쓰면 솔직하게 적을 수 없는 데다 양심 형성 과정에 일기를 검사하는 교사가 관여하게 될 우려가 크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일기가 삶의 소중한 사적 기록이라는 본래의 의미를 유지하려면 공개적인 숙제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인권위의 의견이다.

◇ 인권위의 결정을 놓고 일선 학교에서는 반대 의견이 많다고 한다.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을 저하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일기 검사가 아동 생활지도에 도움이 된다고도 한다. 컴퓨터 보급으로 글쓰기가 줄어 문장력도 떨어지고 글씨체도 엉망인데 일기라도 열심히 써야 한다. 일기 검사를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선생님께 보이려고 숙제로 쓰는 일기가 무슨 일기냐는 것이다.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일기 쓰기는 인격과 정서 다듬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 찬'반 양론이 모두 설득력이 있다. 그래서 교육인적자원부는 일기 쓰기는 글쓰기 차원에서 계속 지도하되 검열 수준의 검사는 지양하겠다고 한다. 검사하지 않는데도 꼬박꼬박 일기쓰기를 기대하기 어렵고 선생님이 읽어보리라 생각한 일기 쓰기는 자칫 거짓을 가르치는 일일 수도 있다. 일선 교사들의 현명하고 진지한 교육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서영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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