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4K 배영수…현대에 1대2 敗

삼성 라이온즈 투수 배영수가 또 한번 사고(?)를 쳤으나 팀 패배로 아쉬움을 삼켜야만 했다. 8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현대간의 올 시즌 1차전에서 9회초 현대의 마지막 공격. 2사 후 타석에는 현대 3루수 정성훈이 들어섰다. 앞서 용병 서튼까지 13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선발 배영수는 이미 자신의 한 경기 최다 삼진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2002년 4월 13일 대구 홈구장에서 한화를 맞아 11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솎아낸 것이 자신의 최고 기록.

그러나 상대 마지막 타자 정성훈과의 대결에서 배영수의 눈빛은 더욱 빛났다. 정성훈과의 대결전까지 111개의 볼을 던졌지만 구속은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볼끝은 더욱 힘을 발휘했다.

볼카운트 2-1에서 배영수는 구속 144km의 직구를 정성훈 몸쪽으로 과감하게 던졌다.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볼을 피하기 위해 정성훈은 엉덩이를 최대한 뒤로 뺏지만 포수 진갑용의 글러브 안으로 빨려든 볼은 타자 몸쪽에 꽉 찬 스트라이크였다.

순간 5천여 명의 관중들은 일제히 일어나 "배영수"를 외쳤고 덕아웃의 동료들은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정작 배영수는 표정없는 담담한 얼굴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날 배영수의 피칭은 국내 최고 투수임을 여실히 입증했다. 비록 2회초 현대 채종국에게 2점 홈런을 허용했지만 배영수는 이날 무려 14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괴력을 과시했다. 이는 프로야구 통산 최동원, 선동열, 이대진(이상 16개), 강길용(15개)에 이어 역대 5위에 해당하는 기록.

특히 최근 어머니같은 할머니 상을 당해 상실감이 컸던 배영수였기에 기록은 더욱 빛이 났다. 이날 선발을 자청했지만 배영수는 최고의 피칭을 자신할 수 없었다. 배영수는 그러나 마운드에 올라 볼을 던지면서 집중력이 생겼고 나중에는 재미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했다.

배영수는 "오늘 경기에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경기에 집중하다보니까 점점 좋아졌다"며 "홈런은 실투였고 앞으로 더욱 강해지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배영수의 빼어난 피칭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 찾아온 득점 찬스를 무기력하게 날려보내며 1대2로 패했다. 3승2패를 기록한 삼성은 현대, 기아와 함께 공동 2위로 내려앉았다. 두산은 기아를 1대0으로, SK는 한화를 8대5로 제압했다. LG는 롯데를 6대1로 꺾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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